중국이 얼마나 준비를 하고 벼를 일인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오하이오 등 10개주 콩 농사꾼들
대선때 트럼프에 평균 50% 몰아줘
무역전쟁 탓 올해 콩값 23% 하락
미, 중국 시장 브라질에 넘겨줄판
미·중 무역전쟁은 무차별 난타전이 아니다. 정밀 타격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조업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중국제조(
Made
in
China
) 2025’와 관련된 품목에 보호관세를 매겼다. 중국의 미래 성장엔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반면 시진핑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들을 겨냥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콩(대두) 벨트(
Soybean
Belt
)’다. 대표적인 곳이 일리노이·아이오와·노스다코타 등 10여 개 주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평균 50% 이상을 득표한 곳이다. 특히 사우스다코타 주에선 트럼프가 61.5%를 얻었다. 예외적으로 대도시인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트럼프 득표율 38.9%)와 미네소타(45.3%)에서만 힐러리 클린턴에 졌을 뿐이다.
미국의 콩 농사꾼들에게 대두는 ‘기적의 작물(
Miracle
Crop
)’이다. 콩수출위원회(
USSEC
)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올리브유 등의 공급이 급감했다.
USSEC
는 “전쟁이 야기한 식용유 부족 사태를 해결해준 게 바로 콩기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쟁 이후엔 콩이 없었으면 미국인들은 고기도 마음껏 섭취하지 못했다. 1950년대 급격히 늘어난 육류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콩 사료가 개발됐다. 더욱이 콩은 미네소타·네브래스카·사우스다코타 주민들에겐 든든한 대체 소득원이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 밀 등 곡물 가격이 폭락하자 이들 지역 농사꾼들이 대체 작물로 대거 콩을 재배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세계 최대 콩 생산국이다. 지난해 228억 달러(약 25조4000억원)어치를 생산했다. 넓은 땅과 비옥한 토질, 기계화를 바탕으로 한 높은 생산성(낮은 가격) 덕분에 원산지인 중국과 한반도를 자국의 수출시장으로 전락시켰다. 뉴욕타임스(
NYT
)는 3일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미국이 항공기 다음으로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상품이 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한 해 340억 달러어치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주로 사들인다.
미 콩 농사꾼들은 이미 타격받고 있다. 중국이 콩에 보복관세를 물리기도 전에 브라질산 콩 수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홍콩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수입상들이 선물거래 방식으로 사둔 미국산 콩 가운데 110만t 정도를 되파는 방식으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콩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무역전쟁 북을 울리기 시작한 올 1월 이후 국제 콩 값은 23%나 추락했다.
남미에선 브라질 말고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에서 콩을 많이 생산한다.
USSEC
에 따르면 남미의 콩 생산 원가는 미국보다 5~6% 낮다. 이런 와중에 미국산에 관세 25%가 추가됐다. 세계 최대 콩 수입 시장인 중국이 통째로 브라질 등 남미로 넘어갈 태세다. 트럼프는 “농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노스다코타 등지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대선 때보다 10여%포인트씩 낮다.
콩은 첨단소재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윤홍태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콩은 식용유나 사료를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며 “콩으로 플라스틱이나 섬유를 만드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2008년 콩 섬유로 만든 자동차 시트를 선보였다.
USSEC
는 “무역전쟁으로 첨단 소재의 원료인 콩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 콩농업이 원산지 중국과 한반도 콩 농가를 황폐화시킨 50년대 이후 60여 년 만에 위기를 맞는 셈이다.
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