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평가 기준 다양화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A씨(27)는 시중은행에 신용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직업이 없고, 그간 체크카드만 쓰다 보니 신용도가 낮게 나온 탓이다. 하지만 이런 A씨도 오는 9월 출범할 토스은행에서는 대출 가능성이 커진다. 월세 납부 이력과 적금 가입 기간 등 기존 금융권에선 고려하지 않던 대안 정보들을 신용평가 항목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2년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 월 180만원의 생활비를 벌고, 원룸 월세(50만원)와 적금(40만원), 통신비를 연체 없이 꼬박꼬박 내 온 A씨는 경제활동 성실성에서 합격점을 받아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data/file/0202/1628720616_gnq9YOID_2RZI2AHvHO4kocmw68UqCO.png)
휴대폰 단말기 가격, 택시 탑승 이력도 참고
최근 금융권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 등 양대 신용평가사(CB)에서 받는 금융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대안 정보를 중·저신용자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판단해야 연체나 부실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하는 것은 인터넷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다량 축적된 카카오 계열사 정보를 활용 중이다. 카카오톡 (쿠폰)선물하기·카카오 택시 사용 이력을 들여다보거나 휴대전화 데이터 평균 사용량, 통신비 정상 납부 개월 수 등 수십종의 대안 정보를 신용평가모형(CSS)에 포함시켰다. 케이뱅크의 ‘소호K 신용대출’은 개인 사업자의 현재 매출만 보지 않고, 업종의 계절적 특수성이나 주변 상권의 변화 등까지 심사에 참고한다. 이렇게 되면 가게를 연 지 얼마 안 돼 금융 거래 정보가 적은 개인 사업자라도 앞으로의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아 금리나 대출 한도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런 개인정보는 은행이 카드·유통사와 제휴하고 가져오거나 대출을 신청한 중·저신용자의 동의를 구해 확인한다.
신한카드는 필요한 경우, 사용 중인 휴대전화 단말기의 가격이나 해외 로밍 횟수 등 정보를 체크한다. 대출이나 카드 값 상환 이력 등 전통적인 금융 거래 정보가 담아내지 못하는 유·무형의 상환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려는 것이다. 개인 사업자 대출 시엔 고객의 재방문율도 참고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 정보에다 다양한 대안 정보를 결합하면 변별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소비 패턴과 상환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앱에서 할인 쿠폰을 자주 확인했다거나 학원·요가 등 자기계발비를 꾸준히 지출하는 것은 가점 요소다. 반면 심야에 택시 탑승 빈도가 높다거나 휴대전화 번호·주소지가 자주 바뀌었다면 부정적 요소로 반영된다. 사는 동네의 카드 이용액 평균이나 시켜먹는 배달음식의 금액대를 보기도 한다.
1금융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를 겨냥하는 P2P(개인 간 대출) 업체들은 더 진화된 CSS를 갖고 있다. 렌딧은 개인 대출 심사 때 데이터의 1년간 추이를 확인한다. 8퍼센트는 스마트폰 OS(아이폰, 안드로이드폰)나 모바일 대출 신청 시 클릭의 정확도, 계약 진행 단계별 체류 시간, 스마트폰 주 사용 시간대 등까지 보조적 평가 수단으로 활용한다.
인터넷은행이 일으킨 ‘메기 효과’
이렇게 금융권마다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인터넷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평균 20% 초반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2023년 말까지 3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인터넷 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금리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존 고객들의 대출 갈아타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은행들도 ‘상환 능력 있는’ 중·저신용자 골라내기에 안간힘이다. 자체 CSS를 통해 타사보다 매력적인 금리와 한도를 제시하는 게 관건이 됐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비대면 중금리 대출 심사 시 통신비 납부 정보와 연체 이력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국내 중·저신용 대출 시장 규모는 약 80조~100조로 추정된다. 작년 말 기준, 신파일러는 1291만명에 달한다.
http://naver.me/FhA73GrD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A씨(27)는 시중은행에 신용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직업이 없고, 그간 체크카드만 쓰다 보니 신용도가 낮게 나온 탓이다. 하지만 이런 A씨도 오는 9월 출범할 토스은행에서는 대출 가능성이 커진다. 월세 납부 이력과 적금 가입 기간 등 기존 금융권에선 고려하지 않던 대안 정보들을 신용평가 항목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2년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 월 180만원의 생활비를 벌고, 원룸 월세(50만원)와 적금(40만원), 통신비를 연체 없이 꼬박꼬박 내 온 A씨는 경제활동 성실성에서 합격점을 받아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data/file/0202/1628720616_gnq9YOID_2RZI2AHvHO4kocmw68UqCO.png)
휴대폰 단말기 가격, 택시 탑승 이력도 참고
최근 금융권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 등 양대 신용평가사(CB)에서 받는 금융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대안 정보를 중·저신용자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판단해야 연체나 부실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하는 것은 인터넷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다량 축적된 카카오 계열사 정보를 활용 중이다. 카카오톡 (쿠폰)선물하기·카카오 택시 사용 이력을 들여다보거나 휴대전화 데이터 평균 사용량, 통신비 정상 납부 개월 수 등 수십종의 대안 정보를 신용평가모형(CSS)에 포함시켰다. 케이뱅크의 ‘소호K 신용대출’은 개인 사업자의 현재 매출만 보지 않고, 업종의 계절적 특수성이나 주변 상권의 변화 등까지 심사에 참고한다. 이렇게 되면 가게를 연 지 얼마 안 돼 금융 거래 정보가 적은 개인 사업자라도 앞으로의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아 금리나 대출 한도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런 개인정보는 은행이 카드·유통사와 제휴하고 가져오거나 대출을 신청한 중·저신용자의 동의를 구해 확인한다.
신한카드는 필요한 경우, 사용 중인 휴대전화 단말기의 가격이나 해외 로밍 횟수 등 정보를 체크한다. 대출이나 카드 값 상환 이력 등 전통적인 금융 거래 정보가 담아내지 못하는 유·무형의 상환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려는 것이다. 개인 사업자 대출 시엔 고객의 재방문율도 참고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 정보에다 다양한 대안 정보를 결합하면 변별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소비 패턴과 상환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앱에서 할인 쿠폰을 자주 확인했다거나 학원·요가 등 자기계발비를 꾸준히 지출하는 것은 가점 요소다. 반면 심야에 택시 탑승 빈도가 높다거나 휴대전화 번호·주소지가 자주 바뀌었다면 부정적 요소로 반영된다. 사는 동네의 카드 이용액 평균이나 시켜먹는 배달음식의 금액대를 보기도 한다.
1금융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를 겨냥하는 P2P(개인 간 대출) 업체들은 더 진화된 CSS를 갖고 있다. 렌딧은 개인 대출 심사 때 데이터의 1년간 추이를 확인한다. 8퍼센트는 스마트폰 OS(아이폰, 안드로이드폰)나 모바일 대출 신청 시 클릭의 정확도, 계약 진행 단계별 체류 시간, 스마트폰 주 사용 시간대 등까지 보조적 평가 수단으로 활용한다.
인터넷은행이 일으킨 ‘메기 효과’
이렇게 금융권마다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인터넷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평균 20% 초반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2023년 말까지 3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인터넷 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금리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존 고객들의 대출 갈아타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은행들도 ‘상환 능력 있는’ 중·저신용자 골라내기에 안간힘이다. 자체 CSS를 통해 타사보다 매력적인 금리와 한도를 제시하는 게 관건이 됐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비대면 중금리 대출 심사 시 통신비 납부 정보와 연체 이력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국내 중·저신용 대출 시장 규모는 약 80조~100조로 추정된다. 작년 말 기준, 신파일러는 1291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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