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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환수된 약탈문화재 의궤와 죽책…'남의 것'과 '우리 것'의 차이 [기사]

  • 작성자: kob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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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21
  • 2018.03.11

무관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병인양요+프랑스군/1866년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강화도를 공격한 프랑스군을 묘사한 그림.

1866년(고종3년) 10월 11일. 조선의 천주교 탄압을 구실을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를 공격했습니다. 같은달 16일 강화부를 점령하기까지 했지만 문수산성, 정족산성에서 조선군에 패하면서 결국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곱게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1782년(정조 6년) 왕실의 주요 물품과 도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강화도에 설치한 외규장각에 불을 질러 귀중한 자료를 태워 없앴습니다. 또 은괴가 든 상자 19개와 함께 서적 340권, 주요 왕실 자료를 약탈했습니다.

병인양요 후 145년이 지난 2011년 4월 14일∼5월 27일. 4차례에 걸쳐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의 의궤 296권이 돌아왔습니다. 프랑스군이 약탈해갔던 외규장각 서적 중의 일부였습니다. 외규장각 의궤의 하나인 ‘현목수빈휘경원오소도감의궤 상권’을 돌려준 게 1993년이었으니 20년 가까이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의궤의 환수가 마무리됐습니다. 

미테랑 김영삼/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한 ‘현목수빈휘경원오소도감의궤 상권’을 김영삼 대통령이 살펴보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는 이때 처음 반환되었다.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외규장각에서 약탈되었다 반환된 또 다른 문화재를 볼 수 있습니다. 외규장각 약탈 당시 불타 없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입니다. 1819년(순조 19)에 순조가 며느리를 왕세자빈에 책봉하며 훈계와 당부의 말을 적어 내린 일종의 문서입니다. 프랑스의 한 경매에 출품된 것을 2억5000만원을 들여 구입한 뒤 지난 1월20일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외규장각 약탈 문화재 중 환수한 것은 의궤와 죽책 두 개 뿐입니다. 겪어낸 모진 세월, 극적인 귀향과 환대까지 두 문화재의 운명이 많이 닮았습니다. 그런데 약탈문화재 환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지정 가능 여부에 따른 의궤와 죽책의 지위 문제입니다.

◆‘우리 것’이 된 죽책, 여전히 ‘남의 것’인 의궤

환수된 외규장각 의궤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 관리하고 있습니다. 환수 이후 전시,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했습니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의궤는 우리 것이 아닙니다.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영구임대 문화재’입니다. 협상 당시 우리는 약탈문화재라는 점을 지적하며 조건없이 반환하라고 요구했으나 프랑스는 거부했습니다.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유물을 우리가 프랑스에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습니다. 영구임대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결과였습니다. 소유권까지 포함한 온전한 환수는 아니었으나 실질적으로 우리 수중에 돌려놓은 것입니다. 

2011년 외규장각 의궤를 프랑스에서 환수한 뒤 열린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의 소유권이 프랑스에 있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국보, 보물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대,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의궤는 2016년에 보물로 지정되었고, 앞서 200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지정 가치는 충분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죽책이 지정문화재가 되는 건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어보, 어책 등의 지정을 이미 신청해 둔 상태이고 이번에 환수한 것은 그 목록에 추가만 하면 됩니다. 프랑스에서 구입해 소유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 1월 프랑스인 소장자와의 협상을 통해 환수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순조가 며느리를 왕세자빈에 책봉하며 훈계와 당부의 말을 적어 놓았다.

죽책의 환수를 담당했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출품 사실을 확인한 뒤 경매 참여를 준비하는 한편 주관 회사에 경매 중지를 요청했습니다. 약탈문화재라는 점을 근거로 한 조치였는데 사실 프랑스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소장자의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만큼 중지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소장자와의 협상 끝에 2억50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죽책의 출품 사실은 골동업계에도 알려져 8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와 예정대로 경매가 진행되었다면 죽책의 환수는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화재 환수, 원칙에만 집착 않은 유연한 대응 필요

사실 지정 여부는 문화재의 보존, 관리 등의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장자, 소장처의 의지, 능력만 있다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규장각 의궤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고의 인력,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말할 것도 없습니다.

눈여겨 볼 것은 환수된 문화재의 위상이며, 그것을 가늠하는 문화재 환수의 현실입니다.약탈문화재의 원소유국 반환은 환수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외규장각 의궤는 이런 원칙이 현실에서 제한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돌려는 받았으나 여전히 우리 것은 아니며, 그래서 우리 뜻대로 문화재 지정을 할 수 없습니다. 죽책의 사례에서는 원칙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돈을 들여야 하며, 그것이 신속하고 온전한 환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구매로 소유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환수와 동시에 국민들과 공유하고, 문화재 지정까지도 뜻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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