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했을 당시에는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에 침묵했던 그는 “내가 진실을 직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언론인으로 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건으로 부터 5일이 지난 후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들이 사라진 후였다. 경찰은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소극적으로 응하다 이토가 택시 기사의 증언, 호텔 복도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한 후에야 수사를 시작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야마구치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야마구치를 체포조차 하지 않았고, 검찰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야마구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전을 집필하는 등 정치권 실세들과 가까운 사이라 기소유예라는 결정이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관심은 곧 사라졌다. 이토는 야마구치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겪은 일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지난 해 10월에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블랙박스』를 출간했다.
[출처: 중앙일보] 미투, 일본은 왜 묵살하나…성폭행 당한 女기자 절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