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빅딜' 눈앞에 두고 아셈 참석..'동북아 새질서' 구상 지지확보
안보리 상임이사국 프랑스 방문..유엔 대북제재 논의 진전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의 중대 관문으로 꼽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서 이번 주 유럽 순방길에 오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속도를 내는 시점에 내년 베를린장벽 붕괴(1989년 11월 9일) 30주년을 앞둔 유럽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 종식이라는 함의를 가진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강조한 만큼, 순방 초점은 이와 같은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 내부에서는 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최근 탄력받기 시작한 북미 간 비핵화 '빅딜 담판'의 동력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7박9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순방에서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 방문 및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정상회의 참석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 중에서도 주목할 일정은 교황청 방문으로, 특히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초청은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라고 환대 의사를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등 주요 계기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메시지에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에 또 하나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18∼19일 유럽정치의 본산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해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 역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히는 중요한 일정으로 꼽힌다.
전쟁의 역사로 점철된 유럽, 그중에서도 EU 체제는 그 자체가 지금도 실험이 거듭되고 있는 초대형 '평화 프로젝트'이다.
이제까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질서 구축은 좁게는 남·북·미, 이에 더해 동북아 국가들 위주로만 논의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으로 평화 프로세스의 무대를 확장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