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6562
인터뷰] 디 그레이엄 신시내티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
“폭력·강간의 공포 ‘공기’처럼 퍼져…韓 페미니즘 운동에 큰 감명”
‘왜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는가.’
디 그레이엄 미국 신시내티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71)는 1995년 한 저서를 내놓으며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연구 끝에 찾은 답을 책 제목에 적었다. 저서명은 《Loving to Survive》.
즉,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성이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흉기를 든 인질범에게 인질이 동조하는 현상)’을 앓고 있다는 것.
그는 “많은 남성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여성에게 굴욕을 강요한다”며, 그 탓에 여성의 심리는 인질과 다를 게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도발적인 이론을 뉴욕타임스 등 수십여 개 미국 언론이 보도하면서, 미국 사회에선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다. 디 그레이엄의 ‘나이 든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다시 화두가 됐다. ‘미투 운동’을 도화선으로 ‘한남(한국 남자)’은 타도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각종 사건이 혐남(嫌男) 기류를 부추겼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버닝썬 사태’가 대표적이다. 양성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과연 원로 페미니스트 디 그레이엄은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이메일을 통해 디 그레이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최근 한국 내에서 발생한 각종 섹슈얼 이슈와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이메일에 빼곡히 적어 보냈다.
‘버닝썬 사태’가 벌어진 이유
여성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관찰한 집단을 보면 백인 사회로 한정된다. 한국 같은 동양은 서양과 문화가 다르지 않나. 같은 이론을 대입할 수 있을까.
“물론 문화에 따라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은 달라진다. 다만 상황만 맞아떨어지면 문화권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여자)이든 가해자에게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가부장제 사회는 여자를 사회적으로 배척하거나 강간하거나 심지어 죽이는 등 수많은 방법으로 생존을 위협한다. 여자는 이런 상처를 해결해 보려고 (경찰이나 의사 같은) 남자 전문가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또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성적일 것, 이성애자일 것을 강요받는다. 이를 탈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으로 문제를 좁혀보자. 최근 한국에서는 다양한 섹슈얼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들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질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준영·승리 사건, ‘버닝썬 사태’ 등을 알려줬다. 그레이엄은 자신의 저서 본문을 발췌해 답을 대신했다.)
“남자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들이 모여서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음담패설을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래서 자기의 친구가 착취(여성과의 성관계)에 성공하면, 주변 남자들은 그것을 모두(남자들)의 승리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은 더 강화된다. 과연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건강한 감정을 품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많은 남자가 성 경험을 하기 위해 여자를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고, 고통을 가해야만 할 리가 없다.”
인터뷰] 디 그레이엄 신시내티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
“폭력·강간의 공포 ‘공기’처럼 퍼져…韓 페미니즘 운동에 큰 감명”
‘왜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는가.’
디 그레이엄 미국 신시내티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71)는 1995년 한 저서를 내놓으며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연구 끝에 찾은 답을 책 제목에 적었다. 저서명은 《Loving to Survive》.
즉,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성이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흉기를 든 인질범에게 인질이 동조하는 현상)’을 앓고 있다는 것.
그는 “많은 남성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여성에게 굴욕을 강요한다”며, 그 탓에 여성의 심리는 인질과 다를 게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도발적인 이론을 뉴욕타임스 등 수십여 개 미국 언론이 보도하면서, 미국 사회에선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다. 디 그레이엄의 ‘나이 든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다시 화두가 됐다. ‘미투 운동’을 도화선으로 ‘한남(한국 남자)’은 타도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각종 사건이 혐남(嫌男) 기류를 부추겼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버닝썬 사태’가 대표적이다. 양성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과연 원로 페미니스트 디 그레이엄은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이메일을 통해 디 그레이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최근 한국 내에서 발생한 각종 섹슈얼 이슈와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이메일에 빼곡히 적어 보냈다.
‘버닝썬 사태’가 벌어진 이유
여성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관찰한 집단을 보면 백인 사회로 한정된다. 한국 같은 동양은 서양과 문화가 다르지 않나. 같은 이론을 대입할 수 있을까.
“물론 문화에 따라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은 달라진다. 다만 상황만 맞아떨어지면 문화권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여자)이든 가해자에게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가부장제 사회는 여자를 사회적으로 배척하거나 강간하거나 심지어 죽이는 등 수많은 방법으로 생존을 위협한다. 여자는 이런 상처를 해결해 보려고 (경찰이나 의사 같은) 남자 전문가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또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성적일 것, 이성애자일 것을 강요받는다. 이를 탈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으로 문제를 좁혀보자. 최근 한국에서는 다양한 섹슈얼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들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질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준영·승리 사건, ‘버닝썬 사태’ 등을 알려줬다. 그레이엄은 자신의 저서 본문을 발췌해 답을 대신했다.)
“남자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들이 모여서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음담패설을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래서 자기의 친구가 착취(여성과의 성관계)에 성공하면, 주변 남자들은 그것을 모두(남자들)의 승리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은 더 강화된다. 과연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건강한 감정을 품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많은 남자가 성 경험을 하기 위해 여자를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고, 고통을 가해야만 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