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변해야 함께 변한다
교사의 노력이 학교 안팎의 반대로 좌절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일각의 비난과 신상털기에 시달리고, 보수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의 최현희 교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교사는 “학교에 떠안기기만 한다고 삶을 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문화 자체가 민주적이어야 하고, 삶을 위한 교육을 사회와 가정이 깊이 이해해야 하며, 수업에서 토론 및 체험 학습이 가능한 여건이어야만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가 페미니즘 동아리를 꾸릴 수 있었던 것도 애초에 ‘별난 교사’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학교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교사들이 처한 문화, 업무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좋은 가치를 가르치라고 하면 피로도만 쌓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의 시민 교육은 교사 자신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삶의 역량을 지닌 시민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교사 자체가 시민성을 박탈당하기 때문이에요. 교사 스스로 시민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한, 그 안에서 학생만 시민으로 길러질 수 있다라는 건 착각입니다.”
고유경 참교육 전국학부모회 부회장 역시 “학교에서 아무리 ‘사는 것이 곧 노동’이라는 것을 경험시키고 노동인권, 노동법에 대해 가르치고, 임금격차는 당연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게 가르친다 한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순종하는 교육을 받는 게 나을 뻔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흔히 교육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고들 하는데 함께 변해야죠. 노동, 인권, 페미니즘 교육이 불필요하고 갈등만 유발한다고 세상이 여기는 한, 틀에 짜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손해를 보게 돼 있는 한, 학교가 어떻게 삶의 기술을 토론하고 체험시키겠어요?”
김원태 공동대표는 “학교에서 ‘학생이 사회의 주인공’이라고 가르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 발전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겠다는 목표는 지식체계 위주의 수업과 문제풀이식 입시 등 모든 것을 뒤바꾸는 어마어마한 개혁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어쩌면 당장 필요한 것은 그런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궁여지책”이라고 했다. “유럽 선진국이 하는 교육을 단 한 과목만이라도 해보는 거죠. 아이들을 어린 시민으로 대우하고 제대로 가르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공동체 속에서 나의 권리와 의무, 책임을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과거의 교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할 때, 그렇게 순한 양 대신 진짜 시민이 나올 때, 학교폭력, 일베 고교생 등의 문제들도 조금씩 해결돼 나가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