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했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표류 중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재난과 화재사고가 대형화·다양화·복합화 되면서 재난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 되고 있다. 하지만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9일 행정안전부, 소방청,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9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여야 심사를 마쳤지만 정족수 미달로 최종 의결은 뒤로 밀렸다.
소방공무원은 연간 306만건의 각종 사고와 재난·재해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대응·구조·구급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군, 경찰과 같이 국가안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소방공무원의 경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에 소속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은 지난 7월 기준으로 5만170명이다. 국가직은 631명(1.3%)이다. 반면 지방직은 4만9539명(98.7%)에 달한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장비에 차이가 나면서 상당수 소방관이 격무에 시달리거나 충분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서비스의 품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장점은 지휘체계의 측면이 있다. 대형재난에서 현장지휘체계 확립과 명령체계의 작동, 공동대응 시 소관구역보다 지휘체계 우선, 단일지휘계통에 따른 현장지휘관 직무수행의 효율성, 안정성 보장 등이 있다.
훈련·교육체제의 합리적 운용과 이를 통한 기술·지식의 보유와 전파가 수월하다. 소방헬기 등 고가·핵심장비와 시설의 관리·활용도 용이하다. 전체 인원에 대한 관리와 공정·심도 있는 인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면적, 인구, 산업 및 환경 특성에 맞는 소방력 구축·배치가 가능하다.
단점은 재난대응체계 측면에 있어서 자치단체장의 원활한 지휘·통솔에 기반한 지역사회 중심의 재난관리체계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 지역 재난대응 체계가 국가직인 소방과 지방직인 지자체 재난안전 부서로 이원화돼 효율적인 대응이 곤란해 질 가능성이 있다.
지역수준의 화재·재난 대응 기능은 해당 지역의 지리·경제·문화적 특성과 인구구조 등에 따른 지역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데 국가직 전환 시 소방서비스가 표준화·획일화될 우려가 있다.
또 현재는 지역 소방조직의 최종 책임을 시·도지사가 가지고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될 경우 지역주민 보다는 중앙정부의 입장을 더 고려하게 돼 대형재난 이외에 주민의 생활안전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