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빠



본문

“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 작성자: 러키
  • 비추천 0
  • 추천 0
  • 조회 1888
  • 2021.03.27

<<2018.05.08. 기사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그는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다.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그는 5월22일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학생수습대책위원회를 맡아 도청에 들어갔다. 상황실에서 출입증, 유류보급증, 야간통행증, 무기회수 등의 업무와 안내 방송을 하는 역할을 했다.

계엄군이 광주 무력진압을 시작한 5월27일 새벽 3시. 그는 시민군 거점이던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왔다. 잠시 몸을 피했다가 창평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김씨는 그해 7월3일 학교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게 옛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가니까 ‘여자 대빵 데리고 왔구먼. 얼굴이 반반하네. 데모 안 하게 생긴 년이. 너 이년, 인자 무기징역이다’라고 하더라고요.”

폭행과 고문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막 들어가자마자 발로 지겨불고(짓누르고) 엄청나게 때리더라고요. 여기 이마가 폭 들어간 데가 있는데 그때 책상 모서리에 찧어서 그래요. 피가 철철 나면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폭행과 고문으로 점철된 조사가 끝날 무렵인 9월4일 소령 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그 수사관은 김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다. 오랜만에 본 햇살이 눈부셨던 날 김씨는 인근 여관으로 끌려가 대낮에 그 수사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전에 죽도록 두들겨맞았던 일보다도 내가 저항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지금까지 비참했어요. 자존심과 말할 수 없는 수치감….” 9월5일까지 꼬박 65일 동안 구금됐던 그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김씨는 그 사건 이후로 삶이 산산조각 났다. 방황하면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임신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의 엄마는 충격을 받은 뒤 급성간암으로 세상을 떴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도 교직에서 쫓겨났다.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아무도 만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1981년 겨울 첫눈 오는 날 혼자 딸을 출산했다.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1983년 중학교 음악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5·18의 ‘5’ 자도 꺼내지 않고 숨어 살았다. 오직 딸이 삶의 전부였다.

그에게 5·18은 현재형이다. “가끔 나 혼자 먼 데 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잠도 잘 못 자. 사람과의 관계도 잘 못하고. 남들은 결혼해서, 시가에서 남편하고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나는 5·18로 멈춰져버렸어요. 그 뒤로 딸 키우려고 아등바등 산 거밖에 없어. 할 이야기가 없어요.” 김씨는 “지금도 군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잘 보지 못해요”라고 했다. “전두환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저놈 오래 살 것이다’라고 하면 딸이 막 웃어.”

김씨의 사연은 10일부터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안에서 5·18기념문화센터 주최로 열리는 ‘5·18영창특별전’에 공개된다. 23개의 광주 상흔을 담은 방 중 열번째 ‘진실의 방’에 ‘무너진 스물세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그간의 삶을 드러내는 일에 동의했다. 이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 전면에 꽃과 노랑나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비처럼 그가 받은 고통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김씨는 “몇 달 전 미투 폭로를 보면서 그 나쁜 놈을 죽이고 싶었습니다”라며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408993

추천 0 비추천 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close]

댓글목록

이슈빠



이슈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쓰레빠 슬리퍼
50374 사탄도 거르는 백혈병 사례 경찰재수생 07.28 1888 3 0
50373 렉카를 비켜줄 수밖에 없는이유 1 Mobile 09.03 1888 0 0
50372 일본산 ‘방사능 가리비’ 스캔들 피아니스터 02.20 1888 1 0
50371 [장도리] 세계 경제 급변.. 한국 경제는? 뀰♡ 12.02 1889 5 0
50370 더민주 진심일까? 세종 후보 최환 변호사 설… 4 오늘부로은수미 03.19 1889 3 0
50369 우리나라 담배 규제 정책, 첫 WHO 평가 … 1 뛰뛰빵빵 03.27 1889 2 0
50368 어나니머스. IS 관련 트위터 계정 5천50… 6 뽀록 11.18 1889 5 0
50367 2016년 8월 국내자동차 판매량 코난맥그리거 09.02 1889 0 0
50366 수출입은행의 낯뜨거운 이승만·박정희 ’미화’… 1 충전중 10.12 1889 4 0
50365 10년간 새누리당 집권은 대한민국에 사실상 … 1 plzzz 10.21 1889 2 0
50364 "영화 보다 졸았다"며 여친 폭행…상습 '데… 폭폭 11.22 1889 3 0
50363 반기문 근황.JPG sflkasjd 11.24 1889 0 0
50362 일본 老학자의 사이다 팩트폭행.jpg 안중근 12.06 1889 3 0
50361 심슨은 ‘바끄네의 7시간’을 알고 있었다 국제적위기감 12.16 1889 1 0
50360 [단독] "대통령 계좌 추적할 것"..직접 … 3 안중근 12.20 1889 4 0
50359 주진우 기자 페이스북.jpg 2 한라산 01.16 1889 5 0
50358 반기문, 퇴주잔 마셔 또 물의…‘물의’ 리스… 1 피아니스터 01.17 1889 2 0
50357 전 한걸레 김종쳘 편집장님 페북.jpg Petrichor 04.27 1889 3 0
50356 심상정이 국회에 찾아온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 0101 05.01 1889 2 0
50355 역사학자 전우용 트윗 alsdudrl 09.29 1889 3 0
50354 유심 원가 알고보니…“이통3사, 유심 팔아 … 뉴스타파경향 10.14 1889 1 0
50353 서주호 정의당 사무처장 트윗 색누리당 10.16 1889 1 0
50352 정청래 전 의원 트윗, Mobile 12.22 1889 0 0
50351 [속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 선고 - … 5 이슈탐험가 02.21 1889 1 0
50350 성폭력 피해자 무고죄 막는 법 1 robson 04.06 1889 4 0

 

 

컨텐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