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냉방 장치가 없는 구치소에서 '찬물 샤워'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100일 넘게 구치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구속 100일을 넘긴 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독방의 화장실 세숫대야와 물통에 물을 받아 몸에 끼얹은 뒤 선풍기 바람을 쐬는 방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10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의사에게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하루 세끼 식사는 챙겨 먹지만 먹는 양은 정량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보통 오후 10시쯤 잠이 들었다가 새벽 3시쯤 일어나 1~2시간가량 독서를 한 뒤 다시 잠을 청하고 있다. 새벽에는 주로 영한사전을 읽고 재판이 없는 날에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매주 30분가량 구치소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3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주 4회 재판을 주 3회로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재판 도중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피고인석에 엎드려 휴정되기도 했다.
‘2016년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냉방시설이 없는 구치소 수용자들은 선풍기와 찬물에 의존해 여름을 견뎌야 한다. 재소자들이 수용된 방에는 선풍기 1∼2대가 설치돼 있지만 과열을 이유로 매시간 20분 정도씩 가동을 중단하고 밤이 되면 열대야 여부와 상관없이 전기가 차단된다.
보고서에서 한 수용자는 “너무 더워 어지럼증이나 구토증을 느끼고 쓰러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얼음이나 찬물 반입이 안 되고 뜨거운 물을 식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용자는 “수용 거실에 물이 나오지 않고 선풍기마저 수시로 끈다”며 “열대야에는 사람들의 숨결로 데워진 공기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혼자 독방을 쓰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6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다른 수용자들의 경우 찬물도 나눠 써야 하고 수시로 전기가 차단돼 간간이 돌아가는 선풍기로 여름을 날 수 밖에 없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10일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33차 공판에 불출석했다. 변호를 맡은 채명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주 왼발을 심하게 찧어 상당한 통증을 느끼는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튿날 접견한 결과 통증이 더 심해져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라며 “구치소에서 치료하고 있지만 내상이 심하다. 신발을 벗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 때문에 밤에 잠들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