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고향 통영에서는 김동진 통영시장 주도의 ‘윤이상 흔적 지우기’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가 나고 자란 생가 터는 도로 공사로 매몰 위기에 처했고, 그를 기리는 공원은 ‘윤이상’이란 이름을 달지 못하고 도천 테마파크가 됐다. 더욱이 그의 명성을 팔아 건립한 520억원짜리 통영국제음악당에는 윤이상 이름을 딴 연주홀 하나 없다.
박근혜 정권 시절 윤이상평화재단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윤이상 콩쿠르에 대한 국가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탄생 100주년인 올해 세계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김 시장은 여전히 윤이상 지우기에 몰두해 있다. 그가 살아 생전 민주화 운동을 했고, 이미 고문 조작사건으로 판결이 난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는 이유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윤이상은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 5대 작곡가’의 하나로 꼽혔고,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교수들이 선정한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인’의 하나이기도 했다. 44인 중 20세기 작곡가라고는 윤이상과 스트라빈스키 등 4인뿐이었으니,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어떠했는가를 새삼 일깨우고도 남는다. 그의 생가 터가 보존돼야 할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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