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LH 사태 예언이 화제였다.
A : LH 내부 일은 잘 모르고, 대충 안다. 사실 ‘비리 공무원이 있다’는 게 핵심은 아니었다. ‘LH가 1~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50년 넘게 관성적으로 본인들 먹거리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예언도 아니다.
Q : 신도시 개발이 본질적인 문제인가.
A : 1960~70년대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오면서 농지를 택지로 바꾸는 등 신도시 개발이 많았다. 그게 LH 주요업무였다. 그동안 이 일 하던 직원들은 내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또 퇴직하면 관련 업종 요직으로 갔다. 전관예우도 있었을 거고. 근데 이제 건축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통 80% 중반이면 도시화가 끝났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90%가 넘는다. 이런데도 LH가 계속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 업무인 신도시 개발도 변해야 한다. 쪼그라드는 지방을 어떻게 밀도 있게 정리할지 고민할 시기다. 이게 핵심이다.
Q : ‘공공주도 개발이 국민을 소작농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는데.
A : 부동산 자본도 정부가 독점하면 부패한다. (부동산이) 소수에 집중되는 건 견제해야 한다. 중세 교회나 중국이 그랬다. 정부 부패는 곧 정치인의 부패를 말하는 거다. 아무리 지도자가 훌륭해도 주변이 부패한다. 그걸 혼자 컨트롤 못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성인군자는 없다.
Q : “악당(시장)과 위선자(공공)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더 나쁜가.
A : 개인적으로 위선자가 더 싫다. 악당은 대놓고 욕먹는데 위선자는 욕도 안 먹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인간들이 더 위험하고 나쁘다. 겉으로 많은 사람을 위하는 척하며 자기 이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정의, 국민, 민족 같은 애매모호한 거대 담론을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한다.
Q :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 않나.
A : 물론 공공이 할 일이 있다. 집 살 생각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갭 투자로 수백 채씩 집 가진 사람들 찾아내야 한다. 이런 거는 놔두고 ‘한 사람이 이렇게 가지니까, 아예 우리(정부)가 다 가질게’라고 한다. 수백 채를 개인이 갖든, 정부가 갖든 똑같다. 그냥 ‘이놈’에서 ‘저놈’으로 옮긴 거다.
Q : 성악설을 믿나.
A : 그렇다. 나 자신을 들여다봐도 착한 면이 별로 없다. 나한테 이익이 되는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보고 이기심으로 판단 내린다.
Q : 건축은 다소 이타적인 일 아닌가.
A : 맞다. 그렇다고 내가 돈 안 받고 일하는 건 아니다.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재능 기부다. 간혹 “너는 왜 재능기부 안 하니”라고 말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이걸 강요하면 재능으로 벌어 먹고살던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그 분야를 떠난다. 그렇게 떠난 젊은이들이 많다. 잘못된 시스템이다. 누군가 정말 기부를 원하면 실력 발휘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 번 돈으로 기부해야 한다. 재능 말고.
Q : 지금 20·30세대는 아파트 같은 공간을 소유하기 힘들다.
A : 적어도 30대는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근데 20대는 힘들다. 정말 안타깝지만, 그들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 과감하게 이들에게 모기지(mortgage)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한다.
Q : 청년임대주택을 비판한 적 있다
A : 이들을 위한 궁극적인 일이 아니지 않나. 좋게 말하면 ‘집 주겠다’는 건데, 나쁘게 보면 (청년들을) 계속 임대주택에 살게 해주고 싶은 거다. 정책을 바라는 아쉬운 사람 입장에 계속 두고 ‘표밭’으로 일군다. 중산층, 자산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왜 그런 욕심을 갖고 투기 세력이 되려고 하느냐’라고 말하면 자본주의 경제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거다. 자기(정부)만 자본가가 되겠다는 얘기다.
Q : 행복주택 등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도 있다.
A : 겉보기에 ‘없는 자’와 ‘있는 자’가 어울려 사니까 좋아 보인다. 단 ‘자리바꿈’이 쉬워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너는 계속 못 살고, 나는 계속 잘 살게. 대신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이게 소셜 믹스다. 누군 언제든 VIP 라운지나 펜트하우스에 갈 수 있고, 누군 못 가는데 이런 주장 하면 안 된다. ‘사다리’를 만들고, 익명 상태에서 믹스를 해야지. 누가 얼마 벌고 직업이 뭔지,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다 아는데 믹스가 될까.
Q : 예전에 쓴 책에선 '셰어하우스'나 '임대' 주거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A : 순진했을 때 썼다. 모든 걸 가질 수 없으니 빌려 쓰는 것도 좋다고 봤다. 그런데 가만 보니 공유경제도 자본가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방식일 뿐이었다. ‘위워크’는 사무실 없는 사람들에게 임시로 공간을 빌려주지만, 나중엔 이런 몇 개 기업이 사무실 임대시장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셰어하우스도 멋진 인테리어와 그럴듯한 문화 공동체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포장하지만 월세다. 평범한 월급쟁이들한텐 치명적이다. 나도 미국에서 6~7년간 월세를 살며 1억쯤 썼다. 그때 누가 그 돈을 빌려줬으면 대출받고 집을 샀겠지. 정부가 할 일이 이런 거 아닌가. 누구는 버젓이 있는 대출시스템으로 집 사서 자산 불리고, 누군 못하면 이런 상황을 돕는 게 정부 역할이다. 근데 ‘너 집 못 사니? 그럼 계속 월세로 살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이게 어떻게 정부 역할이고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인가.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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