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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보아 오빠 울린 "싸늘한 의사들"..韓 '3분 진료'의 비극

  • 작성자: 피아제트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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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039
  • 2021.05.17
“낫는 병이 아녜요.” “몸에 고통 주지 말고 그냥 편히 ….” 복막암 4기 판정을 받은 권순욱(40·사진)씨에게 의사들이 한 말이다.

그가 다시 묻는다. “죽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 의사들은 왜 그리 싸늘한가요?” 묵직한 그의 질문을 계기로 한국 의료의 현실을 살펴봤다.

가수 보아의 오빠이자 광고·뮤직비디오 감독인 권순욱(40)씨가 지난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권씨는 복막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가 공개한 의료기록에는 ‘기대여명 3~6개월 정도로 보이나 복막염이 회복되지 않으면 수일 내 사망 가능한 상태’라고 돼 있다. 항암제를 투여해 종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약 40%고, 약효가 있으면 평균 4~6개월의 생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권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대학병원 3곳이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의사에게 들은 얘기”라며 이렇게 전했다.

“이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병은 낫는 병이 아녜요….”

“항암(치료) 시작하고 좋아진 적 있어요? 그냥 안 좋아지는 증상을 늦추는 것일 뿐입니다.”

“최근 항암약을 바꾸셨는데 이제 이 약마저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주변 정리부터 슬슬 하세요.”

“환자 의지가 강한 건 알겠는데 이런저런 시도를 해서 몸에 고통 주지 말고 그냥 편하게 갈 수 있게, 그저 항암약이 듣길 바라는 게….”

이 말을 들은 권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최근 입원했을 때, 그리고 다른 병원 외래진료를 받을 때 면전에서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들을 저리 편하게 하시니 도대체가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루 100명 외래진료, 소통에 한계”

의사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 다만 권씨가 느낀 ‘의사의 싸늘함’은 되짚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치료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낳은 부정적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의료, 특히 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위암·간암 치료는 선진국을 능가한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데는 서툴다. 이윤성(법의학)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사는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환자를 병을 가진 객체가 아니라 온전한 사람으로서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명예교수도 “같은 말을 하더라도 환자의 공감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환자가 그 지점에서 서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빨리 진단해서 빨리 치료하고, 의료행위를 많이 하게 내몰린다. 효율과 가성비가 우선이라 환자의 손을 잡고 대화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소위 ‘3분 진료’가 낳은 비극이다.

두 전문가는 말기암 통보처럼 나쁜 소식을 전할 때 소통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허대석 교수는 “상담실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 전달해야 하는데, 회진하거나 외래진료 때 툭 던지면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이 1978년 법인으로 출범할 때 병동마다 상담실을 뒀는데, 어느새 병실로 바뀌었다고 한다. 허 교수는 “환자가 죽고 사는 문제인데,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제도가 병원을 수익 중심으로 달려가게 내몬다”고 말한다. 한국 의료에선 정신건강의학과 등 일부 진료에만 상담 수가를 인정한다.

이윤성 교수는 “‘오늘 힘드셨지요’ ‘식사 잘 하셨나요’ ‘날씨가 좋네요’ 등의 말로 환자와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이런 걸 하다가는 수입에 도움이 안 된다”며 “게다가 말기 환자에게 할 만한 의료행위가 별로 없고 의사가 시간을 많이 쓰기 힘들다.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만큼 ‘사전 동의(Informed consent)’에 의한 정보 전달에 바쁘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종양내과 의사가 하루 100명을 외래진료할 때도 있다”며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감정을 배려하려면 적어도 30분은 필요한데, 지금 의료 시스템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에서 “의사가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으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기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고 소송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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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 전하기 6단계(SPIKES).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허대석 교수는 캐나다 의사인 로버트 부치먼이 제안한 ‘나쁜 소식 전하기’의 6단계 원칙(SPIKES)을 소개했다. 상담실 같은 환경 조성, 환자의 질병 인식 정도 파악, 환자가 어느 정도까지 알기를 원하는지 파악, 정보 제공, 공감, 계획 수립과 요약이다. 일부 의사는 정보 제공 때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러운 결과입니다만” 등의 표현을, 공감 단계에서 “힘드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말하기를 권고한다.

의과대 커리큘럼의 의료윤리 과목과 의사 국가고시에 환자 소통법이 들어있긴 하다. 이윤성 교수는 “점수 따는 데 집중했는지, 이를 자기 것으로 삼았는지 평가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같은 내용이라도 ‘안 나아요, 준비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환자 주변 얘기를 하며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전달하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한국 의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허대석 교수는 “일본이 치료(Cure) 중심에서 환자 가치를 중시하는 관리(Care)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선언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결해 통합진료를 하고, 환자도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은숙 전 국립암센터 원장은 “말기 환자가 주로 만나는 종양내과 의사는 감정을 배제하도록 훈련받기도 한다. 감정이 섞이면 의사가 견디기 힘들어 치료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치료 중간 단계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상담 서비스가 받쳐주면 마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문제는 환자가 이걸 치료 포기로 의심한다는 점인데, 그렇지 않다. 이제는 완화의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news.v.daum.net/v/20210517050119530?x_tr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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