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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냉장고에 선풍기만 덩그러니…대학 청소노동자 쉼터 ‘지방·사립·무노조’일수록 열악했다

  • 작성자: as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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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31
  • 2021.08.04
경향신문]
지난달 28일 부산 동의대 정보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 한 구석에 있던 냉장고에는 ‘2003. 4. 1’이라고 적힌 생활폐기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18년 전 울산 중구에서 사용하다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재활용 냉장고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용역업체도 학교도 생필품을 사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알아서 주워다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지천관 휴게실에 놓인 ‘금성사(GoldStar) 냉장고’ 역시 폐기물을 주워온 것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 교수가 연구실 앞에 TV를 내놨더라’는 식으로 내다버린 ‘쓸 만한 물건’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었다.




동의대 자연과학관 청소노동자들은 최근까지 지하 휴게실에서 생활했다. 장마철이 되면 벽을 타고 물이 줄줄 흘렀다. 사방이 검은 곰팡이로 가득한 공간에서 밥을 먹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기관지염을 앓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피부가 뒤집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얼마 전부터 잠시 비어있는 교수연구실에 돗자리를 깔고 쉬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B씨는 “쌀에 곰팡이가 핀 걸 모르고 밥을 해먹은 적도 있다”며 “그런데도 용역업체에서는 다시 지하로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캠퍼스에 서식하는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들의 휴게실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거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 안내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 경향신문이 전국 15개 대학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을 살펴본 결과 서울 소재 대학에 비해 지방대가, 노조가 있는 곳에 비해 없는 곳이, 국공립대보다는 사립대의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올여름은 특히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에게 에어컨은 언감생심이다. 전남 나주에 있는 동신대 해인1관에서 만난 C씨는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물 마시러 왔어요. 어지럽고 손이 떨려서”라고 말했다. 창고용 공간을 개조해 만든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선풍기 2대만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C씨는 “그래도 콘크리트 바닥이 얼음장으로 변하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며 “빈말이 아니다. 정말로 바닥에 얼음이 언다”고 말했다. 한때 58명에 달했던 이 대학 청소노동자 수는 현재 30명대로 줄어들었다. C씨와 동료 D씨 둘이서 지상 5층 건물인 해인1관 청소와 주변 제초 작업까지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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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냄새에 익숙한 청소노동자들도 ‘김치 냄새’만은 특히 조심하고 있다. 이 대학 총장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 휴게실 바로 윗층에 있기 때문이다. 여간해서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는 싸오지 않는다고 한다. G씨는 “김치 냄새가 총장실까지 갈까봐 안 먹는다”며 “아무래도 갑과 을이 있는 곳이니까 그냥 몇 년 벌어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대학 소속 직원이 아니라, 용역업체 등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었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휴게실에는 냉·난방·환기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이 드물었다. 일하다가 다치는 일이 빈번한 것도 불행한 공통점이었다. 동의대 청소노동자 노외순씨(63)는 “평소 무거운 쓰레기 더미를 들고 경사진 길을 오르내리며 일한다”며 “60대 여성들이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현장에서 산재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업장에는 노동조합이 없거나 있더라도 조합원 수가 턱없이 적었다. 노조 결성률이 낮은 지방대 청소노동자들은 특히 용역업체의 통제와 감시 수위가 높았다. 29일 부산 경성대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외부인과의 접촉 자체를 꺼렸다. 4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위에서 폐쇄회로(CC)TV를 보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 보이면 혼내러 온다”거나 “괜히 말했다가 내 모가지(목) 날아간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던 한 노동자는 “CCTV로 다 보고 있을텐데 큰일났다”고 말했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 용역업체들은 노동자 감시와 통제를 자신들의 업무로 생각한다”며 “부당한 통제행위를 해도 불이익이나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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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형태와 노조의 존재 여부는 휴게실을 비롯한 근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2018~2019년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직접 고용된 국공립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부분적으로나마 개선이 이뤄졌다. 2018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9년부터 냉난방 설비 설치 등의 시설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실제 부산대·강원대·충북대·부경대 등 국립대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휴게실에 에어컨 같은 기본 설비는 다 갖춰져 있다. 이만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부경대의 경우 2018년에 용역업체 소속에서 학교 직고용으로 바뀌면서 노동환경도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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