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선동적인 유산이 프랑스를 200년째 갈라놓고 있다.” BBC는 5일(현지시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 사망 200주기를 맞아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폴레옹 평가 논란을 이렇게 소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그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일부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파리 군사기념시설인 앵발리드에 있는 나폴레옹 묘역에 헌화하고, 추도 연설을 하기로 결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우리(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과거 인물을 오늘의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세기 유럽 영토 절반 정도를 점령했던 나폴레옹은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17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불과 30세의 나이에 외교·군사 분야 국가운영을 총괄하는 제1통령으로 취임했으며, 5년 후 황제로 즉위했다. 그는 근대식 교육제도를 마련하고, 프랑스 중앙은행을 창설하는 등 현대 프랑스 국정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프랑스 민법의 뿌리가 된 ‘나폴레옹 법전’도 그가 만들었다.
하지만 제국 식민주의가 몰락하고, 정치적 올바름(PC) 담론이 정착하며 나폴레옹은 제국주의를 옹호한 전쟁광이자 성차별·인종차별주의자로 재평가됐다. 나폴레옹은 폐지됐던 식민지 노예제도를 부활시켰다.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켜 600만명이 넘게 사망했다. 나폴레옹 법전에는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나폴레옹을 두고 ‘보나파티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으며, 일부 시민단체는 나폴레옹 동상을 철거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참배는 프랑스 좌·우파 정치인들의 논쟁거리가 됐다. 좌파 성향의 알렉시스 코비어 하원의원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권위주의 정권을 세워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세운 공화제를 무덤 속에 파묻은 사람에게 공적으로 경의를 표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들의 나폴레옹 묘역 참배를 반대했다. 반면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 마린 르펜은 “그는 나라를 위해 많은 공적을 쌓았고, 세계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참배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익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우익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 ‘이슬람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지난 2월에는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 주도로 발의된 ‘이슬람 분리주의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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