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잃고, 또 누군가는 딸이나 남편을 잃고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처지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내심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자리에 서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남다른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니 뭐니, 사실 저희는 잘 모릅니다.
아들딸 낳아 그 자식을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이 엄마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아들을 의무복무 제도하에서 누구처럼 기피하지 않고 군에 입대시켰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국민의 의무인 줄 알았고, 그렇게 하면 제대하여
다시 엄마의 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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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군 복무를 위해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의 청년들이 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매년 평균 130여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중 2/3는 군 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된 후
아무런 예우 없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전화벨이 울리면서였습니다.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는 내 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군에 가기 전까지 멀쩡했던 내 아들이 왜 죽었냐고 물었으나 군부대 높은 분은
' 자살이니 어서 시신을 가져가라'는 닦달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자살로 처리된 군인 유족에게 이 나라가 해주는 예우가 딱 두 가지뿐이라는 점 말입니다.
자살을 인정할 경우에만 주는 장관 위로금과 죽은 아들의 시신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줄 알았다면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보낼까요.
우리 품 안에서 멀쩡했던 아들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린 그렇게 빼앗겼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었고, 또 총을 쏴 자살했으니 군대 책임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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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군 의문사 유족 중에서는 그 아들들을 가슴에조차 묻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군 병원 냉동고와 창고에는
98년 사망한 군인의 시신 두 구를 비롯하여 총 100기가 넘는 유해가 사실상 방치되어 있습니다.
'사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유족이 아들의 시신을 인수 거부한 가운데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시신을 수십 년 씩 냉동고에 넣어둔 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러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심정을 우리나라 높은 분들은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얼마나 더 목 놓고 우리가 울어야 화답해 줄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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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닙니다.
아들을 잃고 그것으로 팔자 고치려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진실에 따라
대한민국이 그 불쌍한 청년들의 죽음을 순직 안장해 달라는 호소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결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요구는 결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군인의 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이 땅의 또 다른 부모님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 법은 필요합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된 2009년 이후 오늘까지도 많은 군인이 군에서 죽어갔습니다.
지난 1948년 이후 오늘까지 약 3만9000여명이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이를 나눠보면 한 해 평균 600명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 없이 죽어갔습니다.
군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한 해에 두 번씩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인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과 의문을 제기되었으나
군 수사는 늘 유족 편이 아닌 군대의 편에서 말해 왔습니다.
이것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을 군이 혼자 수사하고 또 결론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공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