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전세로 사는 직장인 신모 씨(34)는 9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금융권 대출을 되도록 많이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보증금 2억3000만 원과 월세 30만 원 조건으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3억4000만 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신 씨는 “집값이 이미 너무 많이 올랐지만 보증금을 올려주느니 내 집을 대출받아 산 뒤 이자를 갚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019년 6월 셋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10일 조사 기준)까지 100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전세가격이 2014년 6월부터 192주 연속 상승한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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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전세를 사는 직장인 김모 씨(45)는 요즘 잠을 설친다. 2019년 서울 성동구 집을 팔고 대출을 최대한 받아 14억 원짜리 전세를 얻어 강남으로 왔다. 무리였지만 정부가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자녀 교육을 위해 결단했다. 당시만 해도 보증금을 시세보다 낮게 받았던 집주인은 내년 만기를 앞두고 벌써 “실거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뜻을 비쳤다. 김 씨는 “인근 전세 시세는 20억 원이 넘었고 대부분 월세 매물만 있다”며 “전세, 매매 모두 너무 올라 보증금을 돌려받아도 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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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정모 씨(33)는 이달 말 강동역 인근 상가 거리에 있는 신축 빌라를 보증금 3억4000만 원에 전세로 계약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이 강남 쪽인데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는 전세대출을 받아도 강남권 아파트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결혼식에 맞춰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전세가 더 오를 것 같아 빌라라도 급히 계약했다”고 했다. 저렴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새로 전월세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아파트 대신 빌라,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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