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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알려준 산재 사망의 비밀

  • 작성자: 무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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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793
  • 2021.05.29


지난 27일 <조선일보>는 "인명사고 나면 거의 공장 전체가 스톱... 수백억씩 손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한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삼성중공업에 내려진 작업중지명령으로 인해 기업의 손해가 막대하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가 5월 21일 "평택항 일터에서 숨진 20대 대학생을 추모하며"라는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산업재해왕국임이 부끄럽다고 이야기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한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했던 <조선일보>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노동자의 죽음과 기업의 이익을 비교한 것은 산재 사망이 마땅히 추모해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은 그동안 노동자가 죽어도 타격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는 기업과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사람들 간의 정치적인 격전지이다.
 
그 신문이 감춘 것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망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동부는 해당 기계 혹은 작업, 더 나아가 공장 전체의 작업을 멈춘다. 이 과정에서 공장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 5월 27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의 내용이다.

기사 속에서 <조선일보>가 감춘 것은 사례로 나오는 현대중공업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산재 사망이 일어나 총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021년에도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제철과 삼성중공업 역시 노동건강연대 등이 매해 산재 사망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기업을 선정하는 살인기업 선정식의 단골 수상 기업들이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 등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작업이나 동일한 작업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노동부는 해당 기업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조선일보>가 거론한 3개 기업은 모두 산업재해와 산재 사망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기업으로 사망에 따른 개선이 필요한 기업이다.

작업중지에 대한 명령이 부당하다면 해당 기업은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도록 하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매번 산재 사망을 반복하면서도 손해를 들먹이며 또 다른 산재 사망이 일어나는 것을 '방조'해온 기업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공장이 멈춰 발생하는 손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이전에, 공장이 왜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대재해가 일어나고 해당 기업은 작업중지를 통해 일부 개선을 한다. 그리고 작업중지는 해제되고 노동자는 다시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개선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처럼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다. 그렇게 현대중공업에서는 1974년 창사 이래로 469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공장은 자주 멈춰야 한다, 정확히는 사고가 나기 전에
 
<조선일보>의 이야기와 반대로 오히려 기업은 자주 멈춰야 한다. 정확하게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멈춰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기업과 사업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이전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을 확인하고, 위험이 있다면 작업을 중지시킨 후 노동자를 대피하고 이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작업을 멈추고 위험을 제거했다면 노동자가 사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손실이 아니라 '예방의 효과'를 맛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은 '예방의 효과'를 누리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90% 이상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다. 하지만 노동자가 사망해도 400만 원 벌금에 그치고,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낮은 처벌 속에 중대재해를 막아야 하는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을 방기되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한 채 매해 반복적으로 노동자가 사망함에도 최소한의 개선을 위해서 진행되는 작업중지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는 것은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기업의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http://naver.me/5qRHGa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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