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남긴 말이다. 2009년 검찰은 ‘죽은 권력’이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론몰이식 수사’를 벌이며 측근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 규명엔 상대적으로 무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은 “사실상 국가 전체 힘과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권력”(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으로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해 왔다.
■ 괴물이 된 검찰, ‘민주화의 역설’
검찰의 힘이 비대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다. 6월 항쟁 이후 태어난 노태우 정권은 다른 독재정권들처럼 정보기관을 통한 사찰·고문으로 공작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최소한의 합법성을 지닌 ‘힘의 도구’가 필요했다. 이때부터 검찰이 정권의 정적 제거, 사회통제 수단으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검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 온 김희수 변호사는 “검찰 세력은 민주화 이후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이를 “민주화의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 권한 나누고 상호견제케 해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오랫동안 논의돼 온 검찰개혁 대안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되는 고위공직자 수사·기소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설기구(공수처)에 맡기자는 것이다.
다만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공수처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자칫 대통령에게 보이지 않는 손 하나를 보태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공수처를 헌법상의 기관으로 만들고 독립적인 위원회가 공수처장을 추천하게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힘의 배분을 위해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찰 민주화 수단으로 꼽혀왔다. 경찰의 수사는 검찰 지휘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의 영장청구는 오직 검찰만 할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 검찰권력을 가볍게 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찰이 나쁜 의도로 수사를 하지 않으려 할 때는 검찰에 수사개시 요구권 등의 권한을 줘 견제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도 무너뜨려야 한다. 지금은 죄가 있어도 검찰이 기소를 않는다면 처벌이 힘들다. 검찰이 재판부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 “국정원을 해체하라”
“과거엔 국정원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고 불법 사찰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걸 보며 내 믿음이 순진했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한 개편이나 개혁으로는 불가능하다. 해산에 가까운 조치가 필요하다.”
2004년 국정원 자체 개혁 방안으로 설치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이었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지난 10년간 이 같은 회한을 종종 털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개혁은 멈췄고 국정원 역할은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까지 받았다. 국정원 해체를 말하는 여론이 공공연해지는 이유다. 실제 촛불집회엔 ‘국정원 해체’가 표어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