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빠



본문

돈·사람 ‘찔끔’ 내려보낼 게 아니라…살고 싶게 ‘균형의 틀’ 짜라

  • 작성자: 무일푼
  • 비추천 0
  • 추천 0
  • 조회 853
  • 2021.11.12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수도권 쏠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의 ‘불균형 발전’이 수십년간 누적돼온 탓이지만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업구조 재편이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은 이제 남북 분단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두번째 분단’이라고 할 만한 상태가 됐다.

“수도권의 흡인력이 너무 강해져 한 정권이 온 힘을 다해야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상황”(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한림대 명예교수)이라고 할 정도로 풀기 어려운 과제다.

이 흐름을 끊지 않으면 지방소멸이 현실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음은 지나치지 않다. 국가 균형발전은 차기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됐다. 경향신문은 다음 정부가 다뤄야 할 과제들을 전문가들의 제언으로 종합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출자기업 동반’ 필수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끝내 이행되지 못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차기 정부에서 이전을 시작할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차기 정부로 공을 넘겼다.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공기관 출자·재출자기업을 한데 묶어 이전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의 ‘제2본사’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진종헌 공주대 교수)는 주장이 나온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안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진 교수는 기업 지방이전을 위해 “법인세나 전기요금의 지역 차등화 등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수도권 제조공장, 수도권 연구·개발’이라는 공간분업의 마지노선이 허물어지고 판교, 기흥에 ‘취업 남방한계선’이 그어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수도권 입지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성경륭 교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많이 허물어졌는데, 과도하게 완화된 수도권 입지규제를 다시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사회적 임금’을 보전해주는 광주형일자리가 비수도권에 추가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비수도권은 땅값이 수도권에 비해 싼 만큼 임대주택을 충분히 지어 사원들에게 제공한다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지역 여성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 흐름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 “지역에서도 여성들이 경력 개발을 통해 ‘커리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메가프로젝트형 문화 기획을 지역에서 추진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만이 아니라 조직문화, 양성평등 면에서도 지역과 농촌이 여성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방 대학을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 지역 인력 체제를 지탱하는 중심축으로 재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의수 신라대 교수는 “지방 대학은 지역 청년 유출을 막는 ‘인재의 댐’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지방 대학들을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평생교육·직업교육 대학 등 기능별로 재편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는 “지역인재 할당제의 적용 범위도 전남 소재 공공기관이 채용 대상을 호남권 전체로 넓히는 식의 광역 선발을 통해 지역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실권있는 균형발전 ‘컨트롤타워’ 구축을

‘수동적 지위’ 제약에 갇힌 지자체
정부와 협력 시스템 제도화돼야

전문가들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하부 단위’라는 수동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정부가 사업목적을 정해 자치단체에 예산을 주는 구조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예산을 더 많이 따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방정부는 예산을 따낸 사업을 알차게 추진하기보다 또 다른 사업을 따내는 데 힘을 쏟게 된다. 이런 구조로는 지방정부에 책임감도 기획역량도 생길 수 없다”고 했다.

정부 공모사업도 단기간에 이뤄지다 보니 기획이 치밀하지 못하고, 지역 산업기반에 대한 고려 없이 전기차, AI 등 최신 트렌드 사업을 무작정 따라하려는 폐단이 나타난다. 이상호 위원은 “사업공모를 한 뒤 심사위원들이 평가하고 끝내버리거나, 공모사업이 망하면 책임은 지역이 전적으로 지는 식이 아니라 큰 그림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그려 나가는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록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내려주는 예산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데 이를 한데 모아 블록(덩어리)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자문기관에 불과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신 실권을 갖고 균형발전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경륭 교수는 “자치분권부 혹은 분권균형부를 만들어 부총리급 권한을 부여한다든지, 개헌을 통해 균형발전 정책을 상원이 맡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의수 교수는 내각에 지역대표장관 4명이 참여하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서울시장만이 배석자로 참여하는 국무회의에 수도권·강원, 호남·충청, 영남(부울경+대구) 등 3개 지역 대표가 배석하도록 해 지역 정책에 의견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 결정에 ‘지역인지감수성’ 도입해야

지역 관점, 중요 사안에서 배제돼
미래에 중점 두고 투자 등 지원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성인지감수성’만큼이나 ‘지역인지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정부 위원회가 수도권에 있는 전문가들로 채워지면서 수도권 편향적인 정책 결정이 잦은 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론 무관한 듯 보이지만 지역적 관점이 결여된 정책들이 수도권 집중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예를 들면 입시제도, 부동산 세제, 에너지 정책 등을 설계하는 데서도 균형발전의 관점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은 재정 당국의 예비타당성(예타)조사 기준이다. 지방에선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해도 경제성이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에선 현재 수요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미래 수요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진종헌 교수는 “수도권 GTX의 경우 수십조원 사업인 데다 수도권 공간구조를 엄청나게 바꿔놓을 사업인데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지만 지방은 1조원 규모 사업만으로도 진보와 보수 모두 비판을 쏟아낸다”고 했다. 그는 “토건사업 자체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순 없지만, 수도권 쏠림이 극심한 상황에서 어떤 게 진보적이고 균형적인 것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초의수 교수는 영국은 지역에 대한 투자 기준을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지속 가능 발전,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젠더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수도권 쏠림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http://naver.me/IFScnx7T

추천 0 비추천 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close]

댓글목록

이슈빠



이슈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쓰레빠 슬리퍼
38505 인도네시아서 불륜 남녀에 공개 태형 치킨은두마리지 11.12 1204 0 0
38504 화장실·버스에서 여성 불법촬영 30대…1심 … Crocodile 11.12 846 0 0
38503 "알박기 못참아" 장위10구역, 전광훈 교회… 임시정부 11.12 1168 0 0
38502 '주 9시간 수업에 연봉 9천만 원 원로교사… 1 고증 11.12 973 0 0
38501 "돈 줄테니 나가라"…임대차법 두고 집주인 … darimy 11.12 913 0 0
38500 'MB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몰락' 슈퍼마켓 11.12 898 2 0
38499 기성용 아버지 "아들 몰래 내가 했다"…'사… 옵트 11.12 874 0 0
38498 "나 전자발찌 찼는데 죽여버릴까"...길가던… 판피린 11.12 824 0 0
38497 국제 조롱거리가 된 한국 언론 1 스미노프 11.12 1402 1 0
38496 성기 드러내고 10대女 등쪽에 소변 본 배우… 비틀어보는세상 11.12 1134 0 0
38495 IPI “韓 언론법은 언론 탄압” 철회촉구 … SBS안본다 11.12 696 0 0
38494 또 급식·돌봄대란 오나…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난기류 11.12 698 0 0
38493 슈퍼주니어 신동 코로나 확진, 알고보니 '… wlfkfak 11.12 995 0 0
38492 '베어스 팬' 윤석열, 야구장서 지지몰이… … 던함 11.12 952 0 0
38491 "가서 때려" 엄마 외침에..흑인 농구 선수… 시사in 11.12 1022 0 0
38490 임진왜란 유적 근황 3 한국전력공사 11.12 1501 0 0
38489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 주장하는 신창현 SL공… GTX1070 11.12 523 0 0
38488 '만취 사망사고' 벤츠 운전자 징역 7년..… 장프로 11.12 774 0 0
38487 돈·사람 ‘찔끔’ 내려보낼 게 아니라…살고 … 무일푼 11.12 854 0 0
38486 ‘요소수 사이버 판매 사기’ 20대 남성 경… 협객 11.12 748 0 0
38485 도로로 나온 배달 오토바이들 "안전운임 도입… 쓰레기자 11.12 961 0 0
38484 “배달비 왜 올랐나 봤더니” 고객이 기사 보… 캡틴 11.12 1248 0 0
38483 두 달 전과 오늘 남자라서당한다 11.12 1187 0 0
38482 기성용 아버지, 아들 몰래 '사문서 위조' … 면죄부 11.12 809 0 0
38481 토스증권, 이번엔 해외주식 쏜다… 서학개미… 주주총회 11.12 676 0 0

 

 

컨텐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