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교차 세습. 요사이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이다. 교인들이 세습을 반대하거나 교단법상 세습이 불가한 경우에 주로 쓰인다. 단점이 있다면 임지를 맞바꾸는 형태라 두 교회의 재정이나 교인 수가 어느 정도 비슷한 게 좋다.
교차 세습의 고전 유형부터 살펴보자. 인천 ㄱㅅㅈㅇ교회 장 아무개 목사는 아들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교인들이 반발이 예상외로 거셌다. 직계 세습에서 교차 세습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같은 교단에 규모가 비슷한 교회를 탐색했다. 장 목사는 천안 ㄱㄴㅇ교회를 낙점했다. ㄱㄴㅇ교회 고 아무개 목사가 ㄱㅅㅈㅇ교회 담임으로 왔고, 장 목사의 아들은 ㄱㄴㅇ교회 담임으로 갔다.
교차 세습의 진화형도 있다. 세 교회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서울 ㅇㅎ교회 문 아무개 목사는 사위를 위해 교차 세습을 강행했다. 대학 후배인 ㅎㅇㅈㅇ교회 서 아무개 목사를 후임으로 데려오고, 부천 ㅅㄹ교회에 있던 사위 목사를 ㅎㅇㅈㅇ교회로 보냈다. 사위 목사의 빈자리는 ㅎㅇㅈㅇ교회 부목사가 메웠다. 세 교회는 차례로 담임목사를 맞바꿨다.
② 징검다리 세습. "목회자의 자녀가 같은 교회에서 '연속'으로 목회할 수 없다"는 교단 세습방지법의 허점을 노린 유형이다.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로 인해 유명해졌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이 담임목사를 하게 한 다음 원래 담임목사의 자녀나 사위에게 교회를 넘겨주는 방식이다. 주로 직계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 교단의 교회들이 쓰는 방법이다.
충남 서천군 ㅈㅇ교회 한 아무개 목사는 세습방지법이 제정되자 미국에 있던 아들을 급히 불렀다. 아들을 부목사로 세우고 한 목사 자신도 부목사가 됐다. 한 목사는 인근 교회에서 목회하던 김 아무개 목사를 담임목사로 데려왔다. 김 목사는 정년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6개월 뒤 김 목사가 정년 은퇴했고, 아들은 자동으로 담임목사가 됐다.
③ 지교회 세습. 교인 1,000명 이상의 대형 교회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대기업 회장 자녀가 계열사 사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비슷한데, 아버지 목사가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이나 부목사로 파송하는 방법이다. 일부 교회는 아들 목사를 위해 지교회를 새로 지었다. 아버지 목사가 은퇴한 뒤 지교회에 있던 아들 목사를 모 교회 담임목사로 불러올 수도 있어 대형 교회가 선호한다.
교인 5,000명이 넘는 경기도 광명시 ㄱㅇ교회. 담임 김 아무개 목사는 정년이 다가오자, 지난 2010년 미국에서 목회하던 아들을 데려와 부목사로 세웠다. 당시 ㄱㅇ교회에는 지교회만 3개였는데, 지난 2012년 연건평 1,600평, 지하 2층에 지상 6층 규모의 새로운 지교회를 세웠다. 아들은 지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천안 ㄱㄹㄹ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1980년 이 교회에 부임한 이 아무개 목사는 부흥을 일으켰다. 4개의 지교회를 건축했고, 현재 아들 목사는 지교회 ㄱㄹㄹㄴㅂ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아버지 이 아무개 목사는 ㄱㄹㄹ교회와 ㄱㄹㄹㄴㅂ교회의 지도목사로 돼 있다. 담임목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ㄱㄹㄹ교회의 담임목사는 제3의 인물이어서 징검다리 세습 의혹을 받고 있다.
④ 직계 세습.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자 널리 쓰이는 유형이다. 복잡하게 임지를 맞바꾸거나 허수아비 목사를 앉힐 필요가 없다. 아버지 목사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아들을 후임 목사로 세우면 끝이다. 세습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교단에서 주로 쓰인다.
방법은 단순 명료하다. 경기도 고양시 ㅅㅅㅈㅇ교회 정 아무개 목사는 아들 목사를 2003년 부목사로 청빙했다. 4년 후 공동의회를 열어 아들 목사를 차기 담임목사로 확정했다. 2012년 새 예배당 건축과 동시에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했다. 서울 구로구 ㅅㅎ교회 이 아무개 목사는 아들 목사를 2008년 목회기획실장으로 임명해서 일종의 경영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 2011년 아버지 목사가 별세하자 2012년 당회는 아들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추대했다.
⑤ 합병 세습. 앞에 나온 네 가지 유형이 임지를 맞바꾸거나 목회지를 대물림하는 형태였다면, 합병 세습은 아버지 목사 교회와 아들 목사 교회가 통합하는 방식이다. 기업 M&A와 유사하다.
김 아무개 목사는 30여 년 전 인천시 서구에 ㅅㄷㅅ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교인 수 500여 명의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김 목사는 정년이 다가오자 신도시에 종교 부지를 구입해 새 예배당을 건축했다. 새 예배당은 아들 목사가 차지했다. 두 교회는 모 교회와 지교회 관계가 아닌 각각 독립된 교회였다. 부자는 다른 예배당에서 8개월간 목회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목사는 ㅅㄷㅅ교회를 폐쇄했다. 90억에 교회 건물을 매각했다. 아버지 목사는 교회 재산을 정리하고, 교인들과 함께 아들 교회로 이전했다. 아들 교회는 가만히 앉아 아버지 교회 재산과 교인을 흡수했다. 현재 아버지는 원로목사, 아들은 담임목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