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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개혁, 우리 자신을 알고 하자

  • 작성자: 주주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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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739
  • 2019.07.24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232052015&code=990308

[정동칼럼]개혁, 우리 자신을 알고 하자
하용출 | 미국 워싱턴대 잭슨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제도의 개혁이나 새로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제도와 정책의 기반인 사회적 조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4대강사업, 최저임금제에 따른 논란 등은 그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강요된 각종 제도 개혁과 정책의 혼선은 총체적으로 한국 제도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한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외부에서 강요된 개혁은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자기 분석과 이해 없이 무분별한 제도 개혁은 그 실효성도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신뢰의 위기와 불안감을 가져왔다.

독일과 소련도 후발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 추월 강박증으로 사회 전체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주요 사례다. 독일과 소련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한 사회나 집단이 그 사회 전체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경우와 같이 폐쇄된 체제하에서 체제의 자기 모순을 체크할 수 있는 기제의 부족, 독일의 경우처럼 산업화의 사회적 영향을 일반화하는 학문적 경향을 들 수 있다.

독일 전후 저명한 사회학자 다렌도르프는 왜 독일인은 자신의 문제를 모르게 되었고, 왜 독일 문제의 해답을 밖에서 찾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는 독일형 산업화가 왜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사회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나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독일 산업화에서 국가의 역할, 이에 따른 거대한 경제조직과 집행상의 스피드 그리고 관료들의 온정주의적 성향을 독일 사회의 특징을 규정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의 작동 결과 독일 사회가 산업화는 이루었으나 봉건적 형태(industrial feudal society)를 띠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소련은 체제와 사회에 관한 자체 파악의 결여가 붕괴를 초래한 극단적 사례다. 필자가 수년 전 국제회의에서 전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만나 공산당 서기장으로 소련 사회와 체제 전체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놀랍게도 소련공산당체제 붕괴의 시초가 된 발틱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깔려있는 민족주의적 성향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의 이면에는 소련체제의 근본적 문제가 깔려 있다. 소련은 스탈린 시대 이룬 가시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체제왜곡의 본질을 70년 가까이 외면해 왔다. 스탈린의 강압적 경제발전 방식, 즉 불가예측적인 경제목표의 상향 조정과 집행과정에서의 속도전은 지역공산당과 국가행정체제로 하여금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끊임없는 허위보고를 하게 하여 급기야 거짓말 공동체를 낳았다.

그 결과 12차에 걸친 중앙의 계획 경제는 단 한 번도 계획대로 달성된 적이 없었다. 엄청난 대국이었지만 체제는 사실상 사상누각이었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비록 공산당 서기장이라 하여도 전체 파악이 어려웠던 것이다.

경제발전이 가져온 한국 사회 변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국은 산업화의 성공이 곧 근대화라는 신화에 오랫동안 빠져 있었다. 이의 배경에는 한국 사회 전반이 후진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길 열망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학문적으로 서구 경험에 기초하여 일반화를 추구하는 미국 사회과학의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 관한 기존 논의들은 대부분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개혁과 정책이 실패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김영삼 정부의 섣부른 세계화가 좋은 사례다. 외환위기를 가져온 무리한 세계화 추진은 대통령의 선진국 진입에 대한 집착이 큰 요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후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한국 사회가 무언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열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는 치러지고 대통령들의 공약은 끊임없이 남발되면서 급기야 그 실천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전교조, 노사, 환경 문제 등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지 못한 정책의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대통령이나 정권을 비판 또는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할 때다. 거시적으로 급속한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의 특성을 재규명하고 미시적으로 분야별로 전개되고 있는 제도의 충돌을 한국적 특성을 감안, 우리 몸에 맞는 새로운 제도 창출로 전환하기 위해 지적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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