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무서워"…안방 싸움으로 번진 탄핵 찬반 논란
회사원 김모(31)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가 영 부담스럽다. 며칠 전 촛불집회에 참석한 동생에게 아버지가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집회를 도대체 왜 나가느냐”고 하자, 동생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통령 편만 드는 꼰대 같다”고 맞서면서 부자지간에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사 때도 분위기가 어색해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는데 온 가족이 다 모이는 설엔 그럴 수도 없지 않냐”며 한숨을 쉬었다.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정종화(30)씨도 설날 가족 모임 때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어머니가 광화문 촛불집회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전화를 걸어 “너는 ‘저런 데’ 안 가지? 절대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내가 탄핵 찬성 입장이라는 걸 알면 불 같이 화내실 게 뻔하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과 설을 지내는 동안엔 철저히 입을 닫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가정에서는 세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부모와 탄핵 찬성 의견이 우세한 자녀가 충돌하면서 집안에서도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최순실이 여러 사람 잡네요. 시댁에서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박근혜, 최순실 얘기를 하는데, 형제들 분위기가 싸해져요’ 등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여성이 시댁 모임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은 전 국민에게 놀림당한다는 걸 모르나 보다”라고 별 생각 없이 말했다가 박사모 회원인 시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는 글이 올라오자, 조회 수가 16만 회에 육박하고 댓글이 400여 개가 달렸다. 이 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댓글엔 “정치 얘기는 가족간에 아예 꺼내지 않는 게 답 ”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경제 성장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간직한 기성세대 중 일부는 이번 사태로 건전한 보수적 가치까지 위협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가진 반면, 젊은 세대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 서로 대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17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