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보따리 쌓인 '동대문'..中 관광객 줄어든 '명동'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배영윤 기자] ['사드' 갈등에 동대문·명동 상권도 휘청…동대문 옷들 중국 통관 막히고, 명동 상점은 매출 20~30% 줄어]
-'동대문발 물류' 차단, 지난해 11월 광군제 전후 본격 감지
-창고마다 반송된 물품 가득…"이러다 폐업 속출, 동대문 상권 무너질 수도"
-명동 음식점·노점상·화장품 매장도 썰렁…매출 부진에 직원 줄인 상점도
"더 늦기 전에 봄옷 제작을 시작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네요. 지난해 가을부터 중국 세관이 한국에서 보낸 옷 보따리를 받아주지 않고 있어요. 큰 돈 들여 중국에서 팔 겨울옷을 많이 만들었는데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 의류 도매업자 김모씨)
"거리를 가득 메웠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몇 달 새 눈에 띄게 줄었어요. 중국 손님만 보고 장사하는데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습니다. 며칠 전에는 직원 1명을 내보냈습니다." (서울 명동의 음식점 주인 최모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각종 규제 장벽을 세우면서 동대문과 명동 상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상인들이 몰려 불야성이던 '한류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 시장에는 반송된 물건이 쌓여 있고,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의 '쇼핑 1번지' 명동 일대 상점들은 손님이 끊겨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 매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에 차질이 생긴 건 지난해 11월 전후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11일)를 앞두고 중국 현지 상인들이 주문한 동대문 옷들이 현지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한 달 넘게 묶였다. 평소 간이수출통관 방식으로 문제없이 통과했던 물건들인데 중국 세관은 각종 이유를 들어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아예 한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동대문 의류 제품 통관이 줄줄이 막히면서 중국 상인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A의류도매상가 상인회 관계자는 "원래 30kg짜리 물건을 보내다가 통관이 까다로워지면서 10kg로 중량을 줄였고 4kg, 2kg 등으로 쪼개서 보내는데도 모두 막혔다"며 "사드 때문에 중국이 동대문발 물류를 모두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매출의 70~80%가 중국 수출에 집중돼 있던 상인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매장 임차료와 인건비 조차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자금사정이 심각하다. B도매상가 상인회 관계자는 "밤새 물건을 챙겨 야반도주한 사업자도 있다"며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동대문 시장 전체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유커들이 줄을 서던 명동의 식당들은 빈자리가 늘었다. 한 고깃집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손님이 줄어 고민"이라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대목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C화장품 매장 매니저는 "사드 때문인지 중국 손님들이 정말 많이 줄었다"며 "상대적으로 일본, 동남아 고객들이 늘긴 했는데 중국 고객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귀띔했다.
먹거리 노점상은 타격이 더 크다. 한 노점상인은 "명동 먹거리 노점상 손님은 8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라며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