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밤 11시30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앞. 40대 남성이 식은땀을 흘린 채 몸을 떨면서 길가에 누워 있었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던 시민을 살린 건 다름 아닌 초코우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동작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최덕영 경위(59)는 저혈당 쇼크임을 직감하고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다. 최 경위가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가 사온 초코우유를 사온 덕분에 시민은 10분 후 의식을 회복하고 안전히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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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현장 경험으로 저혈당 쇼크 인지"━
최 경위가 쇼크에 빠진 시민을 살릴 수 있었던 건 숙련된 경험 덕분이었다. 지난해 10월 올림픽대로에서 112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했을 때 비슷한 증상의 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은 뒤 즉시 당분을 보충하면 15분 안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오래 방치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최 경위는 "당시 차량 한 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갓길에 정차해 있었는데, 운전사가 운전석에 앉아 핸들에 엎어져 있었다"며 "의식을 확인하던 도중 저혈당 환자임을 파악하고 인근 편의점으로 가 초코우유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의학적 상식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지만 당분 있는 초코우유가 저혈당에 도움이 된다는 건 현장 경험과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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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우한 수송 자원…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아━
힘든 점도 없진 않았다. 당시 우한 교민 이송에 대한 국민적 반감 정서가 있었고,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일선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빈자리를 채워줘야 했다. 1차 때는 행여 가족들이 안전을 걱정할까 알리지 않고 '몰래 자원'을 하기도 했다.
최 경위는 "돌아보면 4주간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차 안이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방호복, 고글, 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 2시간가량 운전을 해야 했던 부분도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했다.
이송을 마친 뒤 밀려온 뿌듯함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최 경위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되레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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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최 경위는 퇴직 후 고향에 내려갈 계획이다. 최 경위는 "헌혈에 꾸준히 참여하고 봉사하고 싶다"며 "그때까지 일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문
http://news.v.daum.net/v/20210911070005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