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28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1시 45분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21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강제 수단으로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내라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합병 조건대로라면 삼성물산의 주식 가격이 저평가돼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수천억 손해가 예상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 논의만으로 합병 찬성을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복지부와 청와대 등에서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찬성 결정을 내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특검은 당시 복지부 장관이던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결정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대응 책임을 지고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났으나, 퇴임 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조사 과정에서 삼성합병 찬성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기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증 및 주요 핵심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진술을 함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긴급체포 결정을 내렸다. 특검팀은 앞으로 최장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전날 문 전 장관과 함께 홍완선 전 본부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그동안의 진술을 뒤집고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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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본부장의 진술과 문 전 장관 체포로 박 대통령-삼성그룹-국민연금 사이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겨냥한 특검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복지부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은 특검은 향후 복지부와 청와대 사이의 연결 고리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특검 수사는 ‘홍완선→복지부 간부→문 전 장관→김 비서관→안 전 수석’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단계적으로 밟고 올라 박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핵심 수뇌부를 잇달아 불러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국금지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