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어머니의 화장 순번은 이날 화장 일정이 잡힌 20명 가운데 12번째였다. 승화원 본관은 순번을 기다리는 유족들과 장례식장 관계자들, 시신을 운구했던 차량 운전자들로 붐볐다. 이들 대부분 흰 방호복을 입거나 상복을 갈음한 검은색 외투 차림이었다. 그 가운데서 등산복 차림의 남성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는 고인 이름이 호명되자 배낭을 불룩 멘 채 나타났다. 말없이 10초쯤 섰다가 90도로 인사를 하고 관을 떠나보냈다.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온 이모(65)씨였다.
이씨 딸은 암 투병 중 코로나에 걸려 서른여덟 나이에 숨졌다. 유방암과 갑상선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지만, “항암 치료를 마친 뒤 2~3개월 약물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것”이란 말을 이씨는 믿었다.
그런 희망은 딸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다녀가면서 무너졌다. 딸은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다. 곁에서 간호하던 아내는 자가 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고, 건강한 시절의 딸이 살던 서울 신월동 집에 머물렀다. 아내 대신 딸 병구완을 해야 했다. 옷가지를 챙기러 본가인 부산에 내려갔다. 그러다 13일 새벽 5시쯤 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히 상경했지만 4시간 뒤,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딸 시신 검안지에는 ‘중간 사인’ 항목에 ‘COVID-19 감염’이라고 적혔다고 한다. 기자가 이씨에게 ‘등산 차림으로 오셨다’고 말을 건네자 “딸 돌보며 병원서 지내려고 부산 본가에서 옷이랑 속옷이랑 일주일치 챙겨온 거다. 그런데 어제 코로나로 딸이 4시간만에 죽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딸의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래 살지는 못할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갈 줄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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