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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로 사망자 수가 치솟으면서 화장 시설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장도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사태도 우려되는 상황이여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54명 급증한 94명으로 사흘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재 코로나 사망자의 경우 정부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에 따라 먼저 무조건 화장을 한 뒤 장례를 치르도록 돼 있다. 고령 인구 증가 등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화장 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고온에서 이뤄지는 화장 작업의 특성상 화장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현장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화장전문업체를 운영 중인 장례지도사 임영일(59)씨는 "서울 지역 화장로는 총 34기에 불과한데 (14일)하루 코로나 사망자는 39명이나 돼 (화장 작업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발생 이래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화장터는 서울시립승화원(23기)과 서울추모공원(11기) 두 곳이다. 지자체에서 사망자의 거주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화장장을 배정해 주는데, 수도권 사망자가 많다 보니 이미 자리가 꽉 찼다. 코로나 사망자 증가세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마지막 가는 길에도 대기를 하거나 지방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씨는 "하루 사망자 수가 100명이 넘어가면 안타깝지만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이 화장도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강원도 동해 같은 먼 지방으로 가려해도 비용 부담이 커 유족들 입장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화장장에서 오후 6시 이후 초과근무를 기피해 (코로나 사망자)화장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망자의 화장 대기 사태를 막기 위해 화장장 운영 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화장장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 사망자 시신 화장은 대개 일반 사망자 화장이 끝나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시작된다. 보통 운구된 시신들은 몇 차례에 걸쳐 화장되고, 시신 1구 화장에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화장을 두 차례만 해도 하루 코로나 사망자 시신 화장에만 4시간 정도 걸리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모든 화장이 끝나게 된다.
특히 화장은 유골만 남기고 모든 것을 태워야 하는 특성상 작업 온도가 900~1000도에 달하는 데다 1·2차 급속 냉각과 수골(화장 후 뼈 수습)까지 거쳐야 비로소 유족에게 인도되기 때문에 연장 근로도 한계가 있다.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화장 횟수를 늘리면 밤 11시가 넘어야 작업이 끝나는데 누가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겠느냐"면서 "시설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아 화장장마다 비상"이라고 말했다. 화장로를 마련하려 해도 지자체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 총 화장로는 102기로, 이 중 약 80%가 가동되고 있다.
코로나 사망자 화장 대기 현상은 이미 일반 화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례절차가 시작된 후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해 3일장이 아닌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례업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유가족의 고통을 덜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설과 작업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화장을 기다리는 코로나 사망자가 늘면 일반 화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