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3월 말 거주지에서 생후 1개월 된 딸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한 차례 때리고 머리가 앞뒤로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다 침대 매트리스 위로 떨어뜨렸다. 머리를 다친 아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며칠 뒤 숨졌다. 1심 재판부는 “몸이 힘들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역 5년 이상 법정형은 집행유예 대상이 아님에도 A씨 감형을 위해 ‘작량감경(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으로 형량을 2년 6개월로 줄인 뒤 집행유예를 선고해 그를 석방시켰다.
...재판부가 파격적 판결을 내린 배경엔 A씨의 성장 배경 등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 놓여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급격히 기운 A씨는 고2 때 학교를 자퇴했다. 이후 택배작업,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다가 현 배우자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2020년 6월 A씨는 아이를 임신했는데 당시 나이는 19살이었다.
..열악한 가정형편 등으로 인해 A씨는 산후조리원은 물론이고 양가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A씨 남편은 생계유지를 위해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했는데 작업은 매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그는 이 일을 주 6일 반복했다.
...A씨 법률대리인 김은진 변호사 등에 따르면 육아는 A씨 전담이었다. 10㎡(3평) 남짓한 원룸에서 A씨는 온종일 아이를 돌봤다.
...재판부는 “A씨가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졌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혼자 아이를 돌보던 중 이성을 잃은 나머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인용해 이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기도 했다.
...정재오 부장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은 전형적 아동학대치사 사건이 아니라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따른 고통의 문제를 사회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양심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례적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2693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