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빠



본문

“선생님은 간호사 오래 해주실 거죠?”

  • 작성자: patch
  • 비추천 0
  • 추천 0
  • 조회 1028
  • 2022.05.04
“선생님은 간호사 오래 해주실 거죠?”

나와 동갑에 백혈병을 앓던 이동현(가명)님이 한 이 말은 간호사로 일하며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병원을 그만두는 날 근무 끝나기 2시간 전에 환자가 내게 한 말이다. 2~3년 뒤 그 환자의 임종 소식을 대학 병원에 재직 중인 친구를 통해 최근 들었다.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꽤 오래갔다.

대학 병원을 나오기로 결심했을 때는 나 자신의 간호학과 선택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싫었다. 다시는 간호사를 하지 않을 것처럼 미련 없이 나왔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을 다시 시작했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 중이라 월세 보증금 대출을 갚아야 했다. 요양 병원에 입사해 병동 야간 당직과 투석실 근무를 했다. 야간 당직을 할 때는 쉬는 날이 많아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대출을 다 갚았다.


요양 병원 일은 꽤 할만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일이 쉽다고 자만했고 나는 점점 게을러졌다. 변해가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봉사 활동을 하면 착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라 쉬는 날엔 봉사도 나갔고, 나중에 미용 봉사를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겨 미용 학원도 다녔다. 대학 병원에서 쓰던 자료를 엮어 신규 간호사들을 위한 책도 썼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렇게 하면 내가 누구인지, 이 길이 맞는지 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쉽지는 않다.



지금 내게 간호사는 어떤 직업이냐고 물어본다면 균형 잡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직업이라고 답할 것이다. 간호사 박소진과 인간 박소진의 모습을 동시에 발전시키고 균형을 잡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로서 발전에 힘을 쓰고 줄을 당기면 개인적 발전은 늘 무너지기 마련이다.

병원이 바뀌고 연차가 쌓이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우선 대학 병원은 업무 강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개인의 발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요양 병원은 상대적으로 업무 스트레스는 적지만 교육 기회가 적어 간호사로서 발전하긴 어렵다. 신규 간호사는 일을 배우면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연차가 쌓이면 괜찮을 줄 알았으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연구 과제를 맡고 신참 간호사 교육도 해야 해서 공부나 취미 생활을 할 여유 시간이 줄어든다.

병원 일과 개인 발전의 균형을 얼마만큼 잘 잡을지는 물론 각자 몫이다. 그러나 간호사가 처한 열악한 환경은 이 줄다리기를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2019년 병원 간호사회에서 발표한 간호 인력 실태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는 1년 이내 45.5%가 이직한다. 신규 간호사 2명 중 1명은 1년 이내 병원을 나간다는 뜻이다. 또 대한간호협회 통계에 따르면 면허 등록 대비 활동 간호사는 51.9%에 불과하다. 간호사 인력 절반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http://naver.me/G7y4SJrO

추천 0 비추천 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close]

댓글목록

이슈빠



이슈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쓰레빠 슬리퍼
23803 美영부인, 동유럽서 우크라 난민 만난다…"푸… 김무식 05.03 454 0 0
23802 "영수증 버리면 안돼요" 한마디에 10대 점… 얼굴이치명타 05.03 995 0 0
23801 명문대 졸업생의 비극…母 살해 후 청계천 다… 몇가지질문 05.03 1095 0 0
23800 "푸틴, 전승일인 9일 우크라이나 전쟁 선포… sflkasjd 05.03 683 0 0
23799 온라인몰 최저가로 낚시질하고 배송비 덤터기 … 애스턴마틴 05.03 1186 0 0
23798 '봉쇄령' 中상하이 아파트서, 40대 한국인… 협객 05.03 898 0 0
23797 ‘왕릉뷰 아파트’ 이르면 이달 중 사용검사 … 나비효과 05.03 833 0 0
23796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 러 외무 발언, 서… 갈증엔염산 05.04 399 0 0
23795 우크라 전쟁에 인도 폭염까지…밀 가격 고공행… 슈퍼마켓 05.04 418 0 0
23794 우크라 농경지에 지뢰 뿌린 러…“세계 식량위… 인텔리전스 05.04 705 0 0
23793 세계는 밀값 폭등에 떠는데…러軍 봉쇄에 곡물… 세포융합 05.04 794 0 0
23792 젤렌스키 "암살 시도 10번은 나 죽이려는 … M4A1 05.04 891 0 0
23791 모스크바, 쿠데타 소문으로 경계 강화 스콧트 05.04 739 0 0
23790 서울 지하철 적자 1조원 이라는 언론플레이 gami 05.04 1006 0 0
23789 러시아, 채권 달러로 지급했으나 전달 불투명… 삼성국민카드 05.04 793 0 0
23788 개그맨 김병만 모친, 부안 갯벌서 조개잡다 … gami 05.04 898 0 0
23787 급식 늦은 날, 허리 숙인 조리사... 아이… 나도좀살자좀 05.04 911 0 0
23786 1월 초고층 건물 흔들린 이유는…“아이돌 칼… kimyoung 05.04 1012 0 0
23785 “선생님은 간호사 오래 해주실 거죠?” patch 05.04 1029 0 0
23784 [속보] '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기소…형… address 05.04 789 0 0
23783 횡령 또 터졌다 횡성군 공무원 4억 횡령 김무식 05.04 835 0 0
23782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미국서 다시 코로나 유… 마크주커버그 05.04 453 0 0
23781 네이버, "7월부터 직원이 근무 시간과 장소… 쿠르릉 05.04 897 0 0
23780 '농업 일용직 노동자 임금 인상 금지' 현수… Mobile 05.04 682 0 0
23779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 직원 아파트… 민방위 05.04 774 0 0

 

 

컨텐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