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정보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지금처럼 코로나19 심각한 시국엔 좀 자제하자는 말이 있긴 했어요. 솔직히 대기자가 좀 적을까 싶어 달려왔는데, 보세요 오늘도 (원하는 제품을 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웃도는 와중에서도 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샤넬 매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줄이 이어졌다. 몇 시에 도착했는지 모를 첫번째 대기 고객은 아예 캠피용 의자까지 준비해 와 쪽잠을 자고 있었다. 바로 뒤에 두번째로 줄을 선 김모 씨는 "5시40분쯤에 도착했다"며 "KF94 마스크까지 쓰고 최대한 조심하고 나왔다"며 코로나19 감염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집단감염으로 관련 확진자가 76명까지 늘어난 상황에서도 백화점 명품업체들의 오픈런 줄세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 고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발표되는 순간에도 이곳 만큼은 딴세상이었다.
하루 전인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점심시간에 찾은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 입구에서 받은 대기번호는 180번이었다. 안내직원은 "평소보다 10% 정도 고객이 줄었지만 이 번호로 오늘 (영업시간 종료 전에) 입장이 가능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메시지를 받고 10분 이내에 입장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차례가 가까워진 고객들은 줄을 서지 않았을 뿐 매장 인근을 배회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모 씨는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 가는데 기념으로 샤넬 클래식을 꼭 사고 싶다"며 "오픈런 하려고 회사에 휴가까지 냈는데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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