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들, 극심한 우울감 등 생리 고통 토로…"조직생활 불이익 우려" 생리휴가 쓰는 직장인 20% 안 돼
전문가 "생리 터부시하는 분위기와 남성 중심적 회사 문화가 생리휴가의 정당한 요구 어렵게 만들어"
생리휴가는 생리일에 근무가 곤란한 여성 근로자에게 주는 무급 휴가이다. 근로기준법 73조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사용자는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근로기준법이 한 달에 하루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누리는 여성은 거의 없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쓴 적도 주변에서 쓰는 사례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직장인 A씨는 난소에 물혹이 있어 평소 생리통이 심하다. 배가 너무 아파 하루에 진통제 한 통을 비우기도 하고 응급실까지 실려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입사 이후 한 번도 생리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A씨는 "입사 교육 당시 생리휴가를 구두로 안내받지 못해 정확한 사용 방법 조차 알지 못한다"며 "회사 입사 후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여성 직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관련 언급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생리통은 물론, 생리 주기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월경전증후군(PMS)를 매달 겪고 있다. 생리 기간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B씨 역시 생리휴가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B씨는 "입사 후 연차나 휴가에 대한 안내는 받았지만 생리휴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 역시 사용해보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생리휴가 사용하는 노동자, 5명 중 1명도 안 돼
8일 기준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생리휴가 사용 현황'을 보면 2018년엔 19.7%만이 '지난해 생리휴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해당 통계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00인 이상 기업의 대리급 이상 여성 노동자 23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일정 규모·직급 이상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이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의 직원들은 생리휴가를 쓰기 더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생리휴가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생리를 터부시하는 조직 분위기가 꼽힌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C씨는 생리 첫날에 배와 허리 통증이 심하고 몸살 걸린 것처럼 추워서 배에 핫팩을 꼭 붙이지만 생리로 인한 조퇴나 휴가를 요청한 적이 없다. C씨는 "생리는 여자라면 다 하는, 별일 아니라는 인식이 있고 상사도 남성이 대부분이라 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라기 어렵다"며 "나 역시 일하면서 생리통이라는 말을 꺼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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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생리에 대해 터부시하는 분위기와 회사 내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생리휴가를 정당하게 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남성들의 경우 여성의 생리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일부 회사에는 생리 휴가를 비아냥거리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처장은 특히 "법에 규정된 여성의 권리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여성의 몸에 대해 이해와 생리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도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도 처벌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경영진의 인식을 바꿀 방법을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http://naver.me/5uxqQ8tM
전문가 "생리 터부시하는 분위기와 남성 중심적 회사 문화가 생리휴가의 정당한 요구 어렵게 만들어"
생리휴가는 생리일에 근무가 곤란한 여성 근로자에게 주는 무급 휴가이다. 근로기준법 73조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사용자는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근로기준법이 한 달에 하루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누리는 여성은 거의 없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쓴 적도 주변에서 쓰는 사례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직장인 A씨는 난소에 물혹이 있어 평소 생리통이 심하다. 배가 너무 아파 하루에 진통제 한 통을 비우기도 하고 응급실까지 실려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입사 이후 한 번도 생리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A씨는 "입사 교육 당시 생리휴가를 구두로 안내받지 못해 정확한 사용 방법 조차 알지 못한다"며 "회사 입사 후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여성 직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관련 언급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생리통은 물론, 생리 주기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월경전증후군(PMS)를 매달 겪고 있다. 생리 기간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B씨 역시 생리휴가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B씨는 "입사 후 연차나 휴가에 대한 안내는 받았지만 생리휴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 역시 사용해보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생리휴가 사용하는 노동자, 5명 중 1명도 안 돼
8일 기준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생리휴가 사용 현황'을 보면 2018년엔 19.7%만이 '지난해 생리휴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해당 통계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00인 이상 기업의 대리급 이상 여성 노동자 23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일정 규모·직급 이상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이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의 직원들은 생리휴가를 쓰기 더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생리휴가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생리를 터부시하는 조직 분위기가 꼽힌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C씨는 생리 첫날에 배와 허리 통증이 심하고 몸살 걸린 것처럼 추워서 배에 핫팩을 꼭 붙이지만 생리로 인한 조퇴나 휴가를 요청한 적이 없다. C씨는 "생리는 여자라면 다 하는, 별일 아니라는 인식이 있고 상사도 남성이 대부분이라 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라기 어렵다"며 "나 역시 일하면서 생리통이라는 말을 꺼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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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생리에 대해 터부시하는 분위기와 회사 내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생리휴가를 정당하게 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남성들의 경우 여성의 생리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일부 회사에는 생리 휴가를 비아냥거리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처장은 특히 "법에 규정된 여성의 권리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여성의 몸에 대해 이해와 생리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도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도 처벌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경영진의 인식을 바꿀 방법을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http://naver.me/5uxqQ8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