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220729112027299

■ ‘카슈끄지 사건’ 후 첫 만남

엘리제궁서 에너지협력 등 논의

WP “두 사람 상당히 길게 악수”

앰네스티 등 “빈 살만은 살인자”

마크롱, 인권-경제 사이 딜레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프랑스 야권과 인권단체에선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를 마크롱 대통령이 지나치게 환대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드리워진 에너지 대란 앞에서 유럽이 ‘큰손’ 빈 살만 왕세자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공식 만찬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에너지 수급, 경제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사람이 상당히 긴 악수를 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의식한 듯 “일반적인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과 이란 핵 문제 등을 논의하는 데 필요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프랑스 방문을 놓고 야권과 인권단체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살인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파리 사법당국에 빈 살만 왕세자를 고문과 강제 실종을 공모한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이 빈 살만 왕세자를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WP는 “사우디가 에너지와 경제 투자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위상이 재확인됐다”며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의 간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