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제기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이후 미국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의 국제 거래를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같은 날 회의를 열고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 제재를 둘러싸고 서방 동맹국 사이에도 온도 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이날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등을 포함한 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쟁점은 기존 계약 적용 여부였다. 독일은 석탄 금수가 기존 계약에도 적용이 되는지, 향후 계약에만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에너지 계약이 수년 단위로 장기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계약으로 제재 적용이 한정될 경우 러시아는 앞으로도 장기간 EU에 석탄을 수출할 수 있다.

EU는 7일 회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타협이 이뤄질지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EU는 러시아를 상대로 4차례 제재를 부과했지만, 미국처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EU는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2020년 EU의 러시아산 수입품 중 70%는 석유와 천연가스였다.

EU의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의존도는 더욱 높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유와 석탄은 40%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이런 가운데 한 달 이상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거듭해서 서방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며 석유 금수까지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거창해 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자유 민주주의 진영은 러시아산 석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아일랜드 의회에서 부차의 민간인 학살에도 서방이 보이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더는 견딜 수 없다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놓고도 분열한 EU가 경제적으로 비중이 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제한할지는 기대할 여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클레이턴 앨런은 서방이 러시아에 더 강력한 제재를 하려면 미국이 유럽에 에너지 안정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런은 경제적으로 약해진 EU가 남을 돕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서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도덕적·물질적 지원을 급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01/001309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