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다. 하늘에서도 물이 쏟아졌고 옆에서도, 뒤에서도 물이 날아왔다. 살수차가 연신 물 대포를 터뜨렸고, 소화전에서 끌어온 물이 콸콸 솟구쳤다.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퍼붓는 물보라에 세상이 온통 뿌옜다. 거리를 꽉 메운 시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닥치는 대로 물총을 쏴댔다. 물총은 그래도 괜찮았다. 바가지로 물 따귀를 때리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7월 30일 오후 1시가 막 지난 시각. 전남 장흥 장흥군민회관에서 장흥군청까지 이어진 도로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거리를 점령한 1만여 명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흠뻑 젖었다. 어른도 젖고, 아이도 젖고, 공무원도 젖고, 외국인도 젖었다. 다 젖었다. 공통점은 또 있었다. 수많은 사람의 표정이 하나같이 맑고 밝았다. 물놀이 나온 아이처럼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환호를 질렀다. 적어도 이 시각, 장흥 읍내 도로에선 무더위는 물론이고 근심 걱정도 없었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30일 오후 1시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와 함께 막을 올렸다.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는 장흥 물축제를 대표하는 개막 행사로, 장흥군민회관에서 장흥군청 앞을 지나 탐진강변 축제 행사장까지 약 1㎞ 거리에서 펼쳐지는 막무가내 물싸움 행사다. 퍼레이드를 위해 도로에 차량 통행을 막고, 장흥군 산하 읍·면에서 물통 실은 트럭이 동원되며, 길거리 상점들도 문을 닫고 물싸움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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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물축제는 전국 축제 중에서도 공무원이 고생하는 축제로 유명하다. 장흥군청 소속 직원이 1100여 명인데, 전 직원이 교대로 축제장에 나와 물대포를 쏘고 물벼락을 맞는다. 퍼레이드 때 파란 옷을 입고 물총을 쏘고 물을 뿌린 사람들이 공무원들이다. 축제는 8월 7일까지 9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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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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