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64106?sid=104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1일(현지시간) ‘핵무기에 의한 인류 절멸’ 위험에 대한 경고와 성토 속에 개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 불투명한 이란핵합의(JCPOA) 복귀 전망 등 일련의 사태는 NPT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핵확산과 핵전쟁에 대한 높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가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날 열린 NPT 평가회의 개막식의 최대 화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대표들은 핵보유국으로서 1970년 출범한 NPT를 떠받칠 책임이 있는 러시아가 NPT를 정면으로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행동은 그들이 1994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보장과 상반된다”며 “주권과 독립을 지키려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에 최악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핵보유국인 미국·영국·러시아는 1994년 우크라이나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에 ‘안보를 지키려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의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는 NPT 조약국으로서 조약의 정신과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한 핵 개발 역시 중대한 문제로 지적됐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오늘 모인 가운데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도 “북한은 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미국·영국·프랑스·북아일랜드는 회의 개막에 앞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중동, 한반도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핵 위기가 곪아가는 이 시기에 거의 1만3000개의 핵무기가 전 세계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면서 “인류는 한 번의 오해, 한 번의 계산 착오로 ‘핵 전멸’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 우방국들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군비통제 전문가인 패트리샤 루이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위협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면서도, 이번 평가회의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