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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를 씹어 먹어도 혁명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당 선전·선동분야 담당 간부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확성기'가 되라"며 주문한 말이다. 본격적인 춘궁기(春窮期)를 앞두고 식량난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향해 김정은 정권 체제 유지를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풀뿌리를 씹어먹는다", "어렵고 간고한 조건과 환경" 등은 최근 가중되는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7일 "북한 내 아사자 발생으로 인해 체제가 위협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양곡 정책, 유통 과정,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80만t 정도의 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식량난 때마다 "견디라"
실제로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은 '배고픈 시기'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알곡 생산량을 반드시 완수하라'는 지침을 내린 뒤 지난달 5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중의 정신력만 발동되면 만사가 다 풀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달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기념일(4월 25일) 등 주요 기념일이 예정돼 있어 내부 결속이 더욱 절실할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북·중 국경을 통해서 농자재, 식량 등을 소규모로 들이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진다는 첩보가 있지만, 당장 춘궁기를 앞두고 식량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장마당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가운데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는 식의 해묵은 선전·선동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북한 수뇌부의 의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앉혀 대남·대미 스피커 뿐 아니라 내부 결속과 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 부부장은 2019년 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겼다가, 2021년 3월 다시 선전선동부로 복귀한 것으로 담화 등을 통해 확인됐다.
호화 치장에 "밸 난다"
주민들에게 고통 감내를 강요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 딸 김주애를 비롯해 김 씨 일가가 해외 명품 의류 등을 걸치고 공개 석상에 나타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선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달 17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아버지 김 위원장과 함께 참관한 김주애는 약 240만원에 달하는 명품 '디올' 제품의 옷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약 1500만원짜리 스위스 명품 브랜드의 시계를 차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고, 부인 이설주 여사는 샤넬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월 "지금 주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에 광대뼈만 남고 말이 아닌데, (김주애가) 잘 먹고 잘사는 귀족의 얼굴에다 화려한 옷차림이 텔레비전으로 자주 방영되니 밸이(화가) 나서 참기 힘들다"는 평안북도 한 주민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5/0003270444?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