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남성을 일반화시키는 페미니즘은 파시즘적 담론에서 자유로운가?”
Q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들을 아우르고, 기존 철학이 수용하지 않았던 배타적 영역들도 끌어왔으며, 방대한 분량이 특징이다. 그런데 1,500페이지 중 등장한 여성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단 한 명뿐이다.
철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중요한 건 자기편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다른 편마저도 동감하도록 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보면 아직도 협소하다. 남성을 이해하고, 여성을 이해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정권이 여성에게 부여된 것이 20세기 들어와서니까.
이 책에 한나 아렌트 한 명 들어온 것이 우리 인류 문명의 현주소라고 보면 된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 가장 황당했던 게 여자인데 공자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넌지시 “너 미쳤냐?”라고 묻기도 했다. 여성의 가치를 부정하다시피 하는 공자를 연구해서 뭐하게. 그런데 공자를 연구하는 이유는 동양 철학에서 유학을 공부해야 주류라는 쪽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철학함이 아닌 전형적인 철학의 논리인 거다.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남성 주류 사회에서 남성한테 인정받으려고 해서 생긴다. 페미니즘을 여기에 한 항목으로 넣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Q 페미니즘이 어떤 점에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나?
이 책에서 다룬 내용과 비교해 아직 그 수준이 맹아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여성이며, 음악을 좋아하고, 음식을 잘한다는 등의 특징을 전체로서 봐야 인문주의 시선이 생긴다. 그런데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들어가면 파시즘적 담론인 거다. 그건 유대인이란 이유로, 친일파란 이유로, 일본 사람이란 이유로 비판하는 것과 같다. 여성, 남성을 일반화시키는 페미니즘이 파시즘적 담론에서 자유로울까? 이런 이론을 책에 올려놓게 되면 내가 비판할 수밖에 없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걸 확대하여 해석해서 그들이 얘기하지 않은 것 이상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