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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탈환한 북동부 도시 이지움 인근의 한 숲에서 집단 매장된 시신 발굴 작업이 이뤄지면서 러시아군이 점령 기간 자행한 잔학행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은 지난 4월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다. 이지움 서쪽의 셰익스피어 공동묘지 인근 숲에서는 현재 수백명의 경찰, 검사, 법의학자 등이 모여 시신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르몽드와 엘파이스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이지움의 숲에서 남성 16명과 여성 26명의 시신이 발굴돼 법의학자들이 분석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이 지역을 수복한 뒤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다 대부분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무덤 445개를 발굴했다. 숲 인근에는 우크라이나 군인 17명의 집단 매장지도 발견됐다. 발굴된 시신 중 일부는 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총에 맞았거나 고문당한 징후가 보이는 시신도 있었다.
장의사 비탈리는 러시아군 점령 기간 이지움 서쪽 외곽 숲에서 발견된 445구를 포함해 거의 시신 750구를 수습했다고 르몽드에 전했다.
러시아군은 처음에 직접 시신을 처리하겠다며 비탈리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이미 도시는 물, 전기, 가스 공급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포격으로 인근 하천의 다리까지 끊어졌다. 장례에 필요한 물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러시아군은 비탈리의 업체에 장례를 맡겼다.
비탈리는 “때때로 무덤 앞에 세울 십자가를 만들 나무가 부족해 작은 나무막대기만 꽂아두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폭격 속에서 전속력으로 작업해야 했다. 음식과 연료만 제공받고 거의 무급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때때로 장례 현장을 방문해 감시했다. 비탈리는 “대부분 폭격에 맞아 사망했지만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도 20구나 됐다”며 “고문의 흔적이 있는 시신들은 러시아군이 직접 처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무덤의 주인 외에도 더 많은 희생자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남자들이 손이 뒤로 묶인 채 강가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올레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지난 7월 “이지움을 수복하게 되면 (대량학살이 발생했던) 부차보다 더 나쁜 상황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은 대부분 훼손이 심해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일부 무덤에서는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일을 확인할 수 있는 나무판자가 함께 발견됐다. 올레스야 스톨파코우아(당시 5세)는 지난 3월9일 부모와 함께 숨졌다. 러시아 항공기가 이지움의 아파트를 폭격해 집이 무너지면서 일가족이 사망했다. 건강이 좋지 않던 갈리나(당시 69세)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점령 중이던 지난 5월18일 목숨을 잃었다.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료진의 돌봄도 받을 수 없어 건강이 악화됐다고 딸 올렉산드라 코우알트추크가 르몽드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