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설립 평균 소요시간은 21.6일…출장 중이던 실무자, 청사 밖에서 원격 접수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사진=더민주 신동근 의원실 제공)
설립 및 기부금 모금과정에서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 등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 설립허가가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5시간 만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허가 신청서가 접수된 당일, 실무담당자는 출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접수 직후 전자결재시스템을 통해 신청서류를 등록했고, 결재자들은 야간에 전자결재를 통해 승인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나 미르재단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더민주 신동근 의원실 제공)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인천 서구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문체부)부터 제출받은 미르재단 법인설립 허가과정 등을 보면, 미르재단 설립허가 신청됐던 지난해 10월 26일 실무담당자였던 김 모 주무관은 한류진흥사업 관련 업무회의 차 서울에 출장 중이었다.
이날 오후 5시쯤 전경련 관계자들로부터 법인설립허가 신청서를 받았던 김 주무관은 세종시에 있는 본청으로 귀사도 미룬 채 이날 오후 8시7분쯤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나루(문서등록·결재) 시스템'에 접속해 신청서류를 등록했다. 이후 세종시에 있던 담당사무관은 신청서류 등록 3분만인 오후 8시10분, 담당과장은 이로부터 17분만인 오후 8시27분에 결재를 진행했다. 이후 담당국장은 다음날 오전 8시9분, 실장은 오전 9시36분에 결재를 완료했다.
문체부가 신동근 의원실에 제출한 내부결재시간 내역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약 5시간 만에 미르재단에 대한 설립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문체부는 특히 재단설립을 위한 필요항목인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이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재단설립 신청을 접수받고, 결재까지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주무관은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직접 재단설립허가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서류 구비여부 ▲제출된 서류의 적정성 ▲법인의 목적 ▲법인 사업의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를 단 3시간 만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 설립 졸속 검토와 초고속 결재 등 문체부가 미르재단 설립에 대해 특혜를 준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근 의원은 "재단법인 설립이 허가되기까지 평균 소요시간이 21.6일"이라며 "그런데 미르재단의 경우는 재단법인 설립 신청서 접수로부터 허가까지 업무시간 기준으로 보면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고 법인설립 허가 검토조차 3시간 만에 완료했다"며 문체부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그런 일련의 일들이 일과 종료 시간 이후인 야간에, 그것도 자신의 사무실도 아닌 출장지에서 진행됐다"며 "마치 26일, 당일에 그 일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 날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이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신청서를 서울에서 접수해 야간에 원격결재를 추진할 만큼 미르재단 설립 허가 업무가 시급한 사안인지, 무엇이 그리 급했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윗선으로부터 '언제까지 일을 마무리하라'는 등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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