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달린 일입니다. 제발"…119구급대원의 간절한 '호소'
구급차 가로막은 음주 운전자 때문에 출동 '허탕'…구급차 방해 최대 '징역 5년'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이니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이런 행동은 꼭 자제해주세요."
지난 8일 오후 9시20분께 전북 전주시 인후동의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3명이 부상하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전주완산소방서 119상황실에 사고 신고가 접수되자 구급대원들은 사고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소방서를 출발한 119구급차가 전주 한옥마을 인근을 지날 때 사달이 났다.
평소 막히는 도로였기 때문에 구급대원들은 길을 터달라는 안내방송을 하며 현장으로 내달렸다.
한시가 급한 이때 한 흰색 승용차가 편도 1차로 도로에서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
술에 만취한 이 운전자는 구급대원에게 "니가 뭔데 길을 비키라 마라"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한참을 구급대원과 실랑이한 운전자 김모(59)씨는 운전석으로 돌아가더니 갑자기 후진으로 구급차를 '쿵, 쿵' 두 차례 들이받고 달아났다.
구급대원들은 뺑소니까지 당해 황당했지만,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 뒤 사고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다.
그러나 음주 운전자의 소동으로 이미 5∼7분 출동이 지체된 터라 환자들은 다른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김씨는 구급차를 들이받은 뒤 태연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7%로 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술에 너무 취해 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와 별도로 김씨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19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화재진압, 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 긴급소방차의 통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등 정당한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급차의 진로를 막거나 구급대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아무리 술에 취하고 정신이 없더라도 제발 이런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