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4&oid=023&aid=0003683382
14년 전 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 젤렌스키 “부차 참상의 근원”
발트 3국·폴란드도 잇따라 비판… 메르켈 “당시 결정 고수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난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프랑스가 러시아에 유화적 입장을 취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막혔고,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대국민 동영상 담화에서 “부차의 집단 학살 같은 일이 벌어진 근원을 따지고 보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4년 전인 지난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 회의에서 메르켈과 사르코지 두 사람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메르켈과 사르코지 두 사람의 러시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확실해졌다”며 “이후 14년간 계속된 (독일과 프랑스의) 러시아에 대한 양보 정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부차의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폴란드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구(舊)소련 연방에 속했거나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나라 10국이 나토에 가입한 상황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푸틴은 당시 서방의 소극적 자세를 확신하고 4개월 만인 지난 2008년 8월 조지아를 침공, 친러 분리주의 지역을 합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독일과 프랑스를 비난하는 분위기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도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메르켈이 2005년 취임 후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에너지·경제 의존도를 높였고, 이로 인해 유럽이 러시아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데 독일이 걸림돌이 되어왔다”며 “베를린의 정치인들은 이제 독일 기업 총수나 억만장자들이 아니라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당장 대안이 없다”며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전면적 금수 조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해 온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당신(마크롱 대통령)이 지금까지 푸틴과 협상해 이뤄 낸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며 “히틀러와 스탈린, 폴포트 같은 독재자들과도 협상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명분으로 올 들어 푸틴 대통령과 10차례 이상 통화와 대면 협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