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지난해 3월28일 오전 0시50분. H(23·여)씨는 서울 노원구 A주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중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칸막이 사이로 휴대전화 카메라가 보였던 것. H씨는 곧장 '몰카'임을 알아차리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몰카' 범인은 성폭력처벌법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최근 대법원이 '전 애인의 나체셀카 유포' 등은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주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은 남성에게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커피숍 매니저 장모(2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다만 법원은 장씨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은 인정하지 않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이었던 건조물 침입과 방실침입만을 인정했다.
장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의 한 주점 여자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7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현행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에 침입하는 모든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중 '공중화장실 등에 침입한 경우'만 처벌하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인용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공중화장실법은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 판사는 장씨가 '몰카'를 촬영한 주점 화장실을 '공중화장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상가 내 화장실은 공공기관 시설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박 판사는 "(장씨의) 행위처럼 상가건물에 개방된 여자화장실을 성적 목적으로 침입한 경우 새로이 그와 같은 여자화장실을 성폭력처벌법 대상으로 삼는 화장실에 포함할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성폭력처벌법의 입법 취지만을 부각해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장씨에 불리한 법규의 확장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A주점 화장실이 공중화장실법의 '공중화장실'로 설치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으로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들이 느꼈을 성적 수치심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장씨가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전혀 없다"면서 건조물 침입과 방실침입 혐의를 인정해 양형 이유를 밝혔다.
ddakbom@
법이 현실을 못 맞춘다 정말..
법에 공중화장실만 몰카라고 해놓은거네요.
법전책에 써있는 글씨에 연연하지말고 범죄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할텐데요.
몰카 자체를 처벌해야지.. 공중화장실이고 간이화장실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술집 손님 누구나 이용하는 곳은 당연히 공중화장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