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4,510원 140 3.2%)이 프로펠러 일감을 자회사에서 협력업체로 넘겨주고 협력업체 지분을 고가에 사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회가 유보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경영진은 이같은 석연치 않은 거래를 강행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작년 9월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회사(지분율 100%)인 삼우중공업이 보유한 신라금속 주식 3만686주(7.67%)를 주당 9만7700원, 총 3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삼우중공업은 이보다 한달전 프로펠러 사업 관련 자산을 신라금속에 넘겨주고 이 회사 지분을 대가로 받았다.
이같은 거래에 대해 사외이사 4명은 '유보', 1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사외이사 중 한 명은 9월 18일 유보 의견을 낸 데 대해 "프로펠러는 선박의 핵심 부품이니 함부로 매각해선 안된다고 생각해 유보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사회 안건에 대해 거의 100% 찬성 의견을 밝혀온 '거수기' 사외이사들조차 유보 의견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나흘 뒤인 9월 22일 삼우중공업 이사회는 신라금속 주식 3만686주를 30억원에 모회사인 대우조선에 파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모기업 이사회가 부결시킨 지분 매매 안건을 자회사가 곧바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어 한달여 뒤인 10월 26일 대우조선은 이사회에 같은 안건을 제출해 사내이사 2명(정성립 사장, 김열중 부사장)과 사외이사 5명(이상근, 이종구, 정원종, 조전혁, 이영배)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삼우는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자회사인데 프로펠러를 신라금속에 넘겨도 되는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경영진에서 나중에 이익이 돌아온다는 취지로 설득해 다시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삼우중공업에서 신라금속으로 넘어온 '프로펠러' 일감=최근 검찰 자료에 따르면, 삼우중공업은 대우조선에 2010년 인수된 후 한해 매출의 90% 안팎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작년 삼우중공업 매출은 2393억원이다.
작년 8월 27일 삼우중공업은 이사회를 열어 프로펠러 자산 전체를 매출 10분의 1 수준인 대우조선 협력사 신라금속에 넘기는 대신 신라금속 주식 3만686주를 받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대우조선과 신라금속이 특수관계에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대우조선은 삼우가 프로펠러 사업을 넘긴 것과 관련, "자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팔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군 차기호위함 'FFX Batch Ⅱ' 2번함 이후부터 신라금속이 일감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금속은 2014년 순손실 12억원에서 2015년 순이익 12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며, 매출은 같은 기간 121억원에서 237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PER 32.5배 가격에 주식 인수=대우조선이 신라금속 지분을 인수한 가격(9만7700원)에 발행주식 총수(40만주)를 곱한 시가총액은 390억원이다. 지난해말 이 회사의 자본총계는 399억원으로 PBR(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수치)이 0.97배이므로 거의 장부가에 거래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당 가치 평가에 보다 많이 쓰이는 척도인 PER(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 무려 32.5배다. PER 32.5배는 제조업계 평균(PER 5~7배)을 훨씬 웃도는 고가이다. 재계 관계자는 "PER 30배 이상은 IT, 화장품 등 미래 성장이 매우 유망한 업종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은 "거래는 장부가를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좋은배 만들어 그 역량을 빛낼 생각은 않고 저 짓에만 역량을 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