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한 여성의원이 최근 붉은 피가 묻은 흰색 바지를 입고 나이로비의 의회에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케냐 의원 글로리아 오워바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각) 흰색 정장 바지 일부분을 생리혈로 붉게 물들인 채 의회에 나타났다.
당시 오워바 의원의 행동은 다른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여성 의원인 타비타 무틴다는 의장에게 “오워바 의원이 복장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실제 생리혈인지, 아니면 (가짜 피로 연출해) 속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 외설적”이라고 했다.
남성 의원인 센 에녹도 “우리에게도 아내와 딸들이 있다. 그들이 생리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워바 의원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이날 오워바 의원은 의장의 판단에 따라 의회를 떠나야 했다. 이후 오워바 의원은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나이로비의 한 학교를 방문해 무료 생리대를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오워바 의원이 이런 행보를 취한 것은 여성의 건강한 생리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오워바 의원은 이전부터 생리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인식(period shame)이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케냐에서는 생리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2019년 생리혈 자국 때문에 한 소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14세 학생이 학교 수업 중에 첫 생리를 했는데, 한 교사가 이 소녀의 교복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 “더럽다”고 말하며 교실에서 쫓아낸 것이 발단이었다.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소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워바 의원은 B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의회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케냐의 소녀들이 생리 중일 때 직면하는 차별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항상 생리를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그 상태 그대로 전진해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잘못된 인식에 맞서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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