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709604?sid=102
“15번 찌를 겁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8층. 의료진이 이 병원 전재현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의 왼쪽 팔뚝에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분지침’을 찔러넣었다 뺐다. 피부에 상처를 내 두창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접종 후 전 센터장의 팔에는 붉은 자국이 생겼다. 의료진은 넓은 거즈로 덮어 마무리했다.
전 센터장은 “어렸을 때 두창 백신을 맞았을 때 고름이 많이 나와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며 “커서 다시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특성상 원숭이두창 환자가 내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모르는 새 노출될 수 있어 접종하게 됐다”며 “의료진이 책임감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백신을 맞은 이한나 감염격리병동 간호사는 “잘 모르는 백신이지만 환자를 봐야 하기에 맞게 됐다”며 “생각보다 안 아팠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는 접종부위 통증 등이 있었는데 두창 백신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사람 두창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두창 백신 접종이 재개된 것은 1978년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에는 생후 2∼6개월에 1차, 5세 2차, 12세 3차 접종을 진행했고, 1979년생부터는 접종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국내에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관 중이던 백신이 다시 꺼내진 것이다. 이날 의료진이 맞은 2세대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 대상은 감염내과, 비뇨기과, 피부과 등 직간접적으로 원숭이두창 환자와 만날 수 있는 의료진 중 신청자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을 포함해 세종충남대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의료진 등 약 20명이 접종을 신청했고, 문진을 거쳐 최종 9명이 접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