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집전화에 임의걸기 방식 심각한 문제 드러내
전문가 "인심번호 도입 시급…선관위 규제 철폐해야"
4.13 총선 개표 결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한 번도 예측하지 못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벌어졌다.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온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이상을,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내외를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총선 당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만 1400개가 넘었지만,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측한 여론조사는 없었다. 253개 선거구를 기준으로 5건이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생산됐지만, 정작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유권자들의 눈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 ▲ 총선 전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총선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 조선DB
◆ 여소야대 못 짚어낸 여론조사…임의걸기 방식 한계 드러내
총선을 42일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획정되는 등 유독 열악했던 조사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간극이 상당히 크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전체 총선 판세는 물론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주요 승부처의 승패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국민의당 호남 석권과 부산에서 더민주의 약진 역시 예측하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의 선거 결과다. 여론조사 기관 대다수는 그동안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더민주 후보를 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정 후보는 오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며 넉넉한 차이로 승리했다.
서울 은평을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비박(비박근혜)계의 좌장 이재오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강병원 더민주 후보는 7%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이 후보를 따돌렸다.
이런 부실 여론조사의 원인으로는 집 전화에 의존한 조사방식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총선 여론조사가 집 전화를 대상으로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응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RDD 유선 전화 방식을 쓰고 인구비례 가중치를 두고 있다.
유선 전화 방식은 고연령층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야권 지지층의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여권 편향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인구비례 가중치 방식은 유권자의 기존 투표 성향을 파악하지 못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 "안심번호 여론조사 확대 필요…선관위, 규제 철폐하고 제도 개정해야"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하면 조사의 정확도를 보다 높일 수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정당에만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전 무선전화 방식을 가미해 조사한 결과 여론조사 기관들의 전망과 달리 130석을 예상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여소야대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제기한다. 여론조사 설계 자체가 잘못 됐을 가능성과 선거 막판까지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바뀐 여론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 예상보다 높았던 투표율의 영향 등이다. 즉 여론조사 설계의 자체 문제 가능성과 함께 막판 출렁거린 이번 총선의 특징이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와 실제 총선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탓도 크다. 선관위는 RDD 유선전화 방식과 인구비례 가중치 방식이 아닌 다른 요소의 비례 가중치를 주고 사후 보정을 하는 방식을 썼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에 과태료를 물게 하는 제재를 가해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권 편향적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관위가 고수하면서 사실상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총선 직후 선관위를 향해 "선관위는 인구통계(성, 연령, 지역 인구통계) 외에 선거통계(직전 선거 득표율)에 가중치로 부여하는 과정을 적용하지 못하게 해 숨겨진 야당 표심을 통계 과정에서 보정하지 못하게 제한한 것에서 향후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해야 한다"며 "규제를 철폐하고 관련 제도를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역선거에서 안심번호 휴대전화 조사를 당내 경선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언론사 여론조사 등 공표, 보도되는 모든 여론조사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표, 보도 금지 기간의 철폐와 축소 등을 철폐해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 관계자는 "여론조사 설계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후보 단일화나 공천 과정에서 진행된 여론조사는 과연 민심을 정확히 반영했는가를 두고 정치권 전체가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을 읽는 참고로만 사용돼야 한다"며 "여론조사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는 곧 심각한 냉소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안맞는지 아시나요?
방식도 방식이지만 여론 조사 문구자체가 여론 조작이라고 할만큼 문제가 많죠.
그것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