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 기관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선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62)은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법인카드’ 부정사용 얘기를 꺼내자 “제가 좀 답변해도 되겠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반 년 동안 마음대로 쓴 법인카드 내역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답변하는 자리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10일 오후 1시 서울 청담동의 식품점에서 유기농 오이와 방울토마토 8만8300원어치를 샀다. 평일 오후에 법인카드로 샀지만, 채소는 ‘회사용’이 아닌 ‘가정용’이었다. 5일 뒤 오후 2시, 이 원장은 다시 호박고구마와 배, 총각무 등 9만7000원어치를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렇게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쓴 비용은 128만7000원에 달했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도, 공항 면세점에서도 계산대에선 어김없이 법인카드가 나갔다. 서울 압구정동 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고소영 향수’로 불리는 ‘아닉구딸’ 향수 2개(88만원)를, 삼성동 한 백화점에서 에르메스 넥타이 3개(78만원)를 회사 돈으로 샀다. 물건은 직원이나 외부 선물용으로 썼지만, 예산처리는 ‘경상운영비’나 ‘연구사업비’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 원장이 이렇게 쓴 연구사업비가 142만원, 경상운영비가 172만원이다.
이 원장은 국감장에서 “전임 원장이 그렇게 해서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제가 의정활동도 해봐서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전부 변제했다”고도 했다.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 원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1월 행정연구원장에 취임했다. 뒤늦은 변제 이후에도, ‘공개 망신’이라는 이자는 톡톡히 치른 셈이다.
마지막 표정은 윤진숙 장관 보는 듯;; 잘못해놓고 실실 웃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