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과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 ‘프레시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프레시안은 피해자 지인의 증언과 이메일을 공개한 후속보도를 통해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정 전 의원은 현직 기자가 과거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프레시안의 보도와 관련해 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23일 렉싱턴 호텔 룸에서 A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 A씨만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과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 만난 일이 없다”며 “기사에는 2011년 12월23일 어느 시간대에 호텔 룸에서 나를 만났는지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자신의 행적을 상세히 전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었고, 검찰이 1차 출두를 요구했으며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는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하고 멤버들과 식사를 했다.

23일엔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는 검찰의 2차 요구를 받았고 동시에 수사관 5명이 나의 자택으로 파견됐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는 대책 마련을 위해 오전에 민변 사무실을 방문해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어머니가 쓰러져 하계동 을지병원에 입원했고 민변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이 무렵 검찰은 강제구인을 계속 시도했고 최종 출두 일자를 12월26일 오후 1시로 확정했다.

강제구인 등 검찰의 이례적인 태도에 분노했지만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있어 ‘나꼼수’멤버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명진스님을 만나 책과 염주를 받았고 이후엔 멤버들과 인근 고기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정 전 의원은 “강제 구인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혼자 누군가를 만나러 갈 여유가 없었고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뒤 정 전 의원이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걸 보면서 괴로워했다’고 한 날짜가 틀렸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내가 시민들에게 큰절을 한 건 12월22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때였으며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 23일 이전”이라고 반박했다.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한 정 전 의원은 “이는 부수적인 것으로 본질은 아니겠지만 기사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입장표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에 의한 정치적 음모에 시달려온 입장에서 이번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헤어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의 이같은 반박 보도 자료가 나오자 프레시안은 후속보도를 통해 A씨의 이메일과 지인들의 증언을 후속으로 보도했다. A씨가 사건 발생 2주 후 남차진구한테 보낸 이메일엔 “구속수감이 확정판결난 날 그 사람과 통화하고 수감되기 전 한 번 더 보기로 해 여의도의 한 호텔 로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고 썼다.

이어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는데 정 전 의원이 입을 맞췄다. 내 존재가치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마치 애인 같구나’라는 말은 나에게 모욕 그 자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B씨도 “정봉주가 아내와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 싶다며 수감 날짜 미뤘는데 정작 자기한테 그런 짓을 하더라. 정봉주한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면서 그걸 보여줬는데 ‘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후속보도에 대한 정 전 의원의 추가 입장은 전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정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