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구영식 <나의
MB
재산답사기>
[오마이뉴스 김형욱 기자]
▲ [나의 MB 재산답사기] 표지 |
ⓒ 비아북 |
지난해 10월경부터 전국민을 강타한 유행어가 있다.
"다스는 누구겁니까?" 2017년 10월 13일, 인기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주진우 기자가 나와 "이제부터 '다스는 누구 거예요?'를 계속 물어봐 달라"라며 요청한 후로 정녕 인터넷을 도배되다시피 한 이 어구는 이제는 누구나 알듯이 이명박 전 대통령(
MB
)을 겨냥한 말이다.
2016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 축출에 큰 역할을 한 국민의 시선은 '이명박근혜'의 한 축인 MB 로 가 있었다.
그 유명한 '나꼼수' 일원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MB 의 갖가지 의혹에 관해 수없이 많은, 그리고 더없이 촘촘하고 꼼꼼한 증거들을 포착해 소개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도곡동 땅, 다스,
BBK
로 이어지는
MB
의 실소유주 논란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략' 알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사유화해 사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MB 의 '진면목'을 잘 모른다.
그저 역대 대통령들도 다 각각의 잘못이 있듯이 MB 도 그런가 보구나 하는 정도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 MB 저격수'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과 베테랑 탐사보도 전문 기자 구영식의 <나의 MB 재산답사기>(비아북)는 맞춤 제격인 책이다.
그가 '돈'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장황한 정보를 정확하게 취득해보자.
MB
재산을 추적하고 답사하는 이유
MB
의 재산을 추적하고 답사하기 전에 우선 그 의미부터 확립하는 게 좋겠다.
저자는 군사정권이 종식된 후 우리 사회가 점점 더 투명해졌는데 MB 집권 후 다시금 부정과 부패, 비리, 탄압과 속임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MB
는 세금과 공기업 자금을 사유화하고, 권력을 남용해 이를 착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즉, MB 재산을 추적하는 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기보다 MB 의 은닉 재산 의혹을 추적해서 진상을 밝히고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해 그 어떤 권력자라도 그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사례를 남기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부여 없이
MB
의 재산을 추적 답사하는 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 하겠다.
최초에 도곡동 땅이 있었다고 한다.
1985년 MB 의 처남 김재정과 큰형 이상은 명의로 소유권 등록을 한 땅을 말하는데, 당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MB 가 회사 안팎의 보는 눈을 의식하여 차명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MB
가 '차명 인생'을 살게 한 잘못 끼운 첫 단추라 한다.
이 도곡동 땅은 이후 대규모 차익을 남기면서 263억 원에 팔리고 그중 190억 원이 다스로 들어갔으며 그 돈 190억 원이 다시 BBK 로 들어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자금원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주가조작 사건은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고 자살로 몰고 간 대형 범죄 사건이다.
다스는 1987년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최초에는 김재정 명의로, 곧이어 이상은과 친구 김창대가 지분 일부를 인수 양도해 세 명이서 한 명이 과반을 지니지 않게 구도가 짜여졌다.
저자는 다스 설립 자금이 다름 아닌 도곡동 땅 매매대금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결정적으로 다스에 많은 돈을 투입한 김재정은 현대 건설을 퇴사한 후
MB
의 재산 관리와 집사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었다.
2010년 김재정이 예상치 못하게 사망한 후 거의 즉시 공교롭게도 경력이 일천한 MB 의 장남 이시형이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한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017년에는 회계 재무책임자의 자리까지 오른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모습이
MB
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한편, BBK 는 1999년 MB 가 김경준과 함께 직접 세운 회사이다.
다스는 BBK 에 190억 원을 투자했는데 회사 등록 실패로 인해 100% 돌려받아야 했을 테지만 최초에는 50억 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김경준은 BBK 와 다스가 모두 MB 의 것으로 190억 원은 투자금이 아니라 자본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결국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경준은 실형을 살았지만
MB
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140억 원까지 돌려받았다.
사실 대선 직전 2007년 말 BBK 사건 수사와 대선 직후 2008년 초의 정호영 특검으로 MB 를 향한 검찰의 칼날이 꽤나 날카로운 듯 보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칼날은 무디기 짝이 없었고 MB 에게 완벽한 면죄부까지 주고 말았다.
그야말로 지난 세월은
MB
재산의, 재산에 의한, 재산을 위한 나라가 아니고 무엇이었나 생각해본다.
<나의 MB 재산답사기>는 MB 가 은닉한 재산을 추적하는 데, 아니 추적해놓은 길을 탐사하는 데 완벽한 책이다.
비록 MB 가 현재 구속 당한 상태이지만,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이고 '추정'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보다 중요한 건 그 의혹과 추정을 '확실'로 바꾸는 '확신'이 이 책이, 이 저자가 나아간 추적과 우리가 따라가는 답사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다시 한 번 대다수 국민(일 거라 믿는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하루 빨리 오기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47&aid=0002186974